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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지난 주 100만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첫 출간했으니 10개월 만이고 매달 10여 만부씩 팔렸다는 얘기다.

문학작품으론 오랜 만에, 그 것도 출판사상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것이다. 종전 밀리언셀러들은 대개 수년씩 걸렸다.

게다가 21세기는 책을 멀리하게 되는 비주얼 디지털 사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를 부탁해’의 돌풍은 독서문화를 높이는 전령사다.

이 책은 지난해 몰아닥친 금융위기의 찬바람 속에서 고통에 내몰린 우리 이웃들을 엄마라는 따뜻한 모성의 품으로 맞아들인다. 그럼으로써 정서적 피안을 얻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과정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이다.

▲베스트셀러란 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을 말한다.

밀리언셀러도 액면 그대로하면 1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다.

이런 책들이라고 반드시 ‘좋은 책(양서·良書)’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는 점이다.

철저하리만치 대중의 관심사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는 얘기다.

반면에 스테디셀러는 오랫동안 꾸준하게 팔리는 책을 일컫는다.

인기가 마치 군불처럼 은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전엔 스테디셀러라 하면 적어도 20년 동안 한결 같이 팔려온 책이어야 했다.

지금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으면 스테디셀러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런 대형 베스트셀러의 탄생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독자의 저변 확대다. 수백만부 이상 팔리려면 평소에 책하고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까지 책을 읽어야 하니 그리 될 만도 하다.

그래서 밀리언셀러를 일컬어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읽는 책이라는 우스개도 등장한다.

문제는 스타 작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출판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한 좋은 책들이 어둠에 묻혀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솔직히 말해 좋은 책이면서 신문에 ‘주례사 비평’ 한줄 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 가혹하게 버림을 받은 책이 좀 많던가.

좋은 책은 베스트셀러, 밀리언셀러 이외에도 많다.

청명한 가을, 독서의 계절에 서점을 찾아 볼 일이다. 그대 이름은 눈 밝은 독자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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