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어부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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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는 망명하기 전에 북한 주체사상 이론의 1인자였다. 그런 그가 좋아하는 책은 우리나라 동화책이다.
지금도 그는 동화책을 읽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한다.

최근 읽은 동화책 중에 ‘욕심 많은 어부의 아내’라는 동화가 가장 감명깊었다고 했다.
어부의 아내는 처음엔 먹고 사는 것만 원하다가, 다음엔 곱게 생기고 싶어했고, 마지막에는 왕비가 되고 싶어한 여자의 이야기다.

황씨는 이 동화가 커져만 가는 인간의 욕망을 잘 그렸다면서 수십번 반복해 읽었다고 한다.

▲옛날 우리 공직자들은 재임 중 땅을 사거나 집을 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땅과 집은 갈수록 커져만 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그만 채소밭 한 뙈기를 장만하면 이번에는 번듯한 논을 장만하고 싶고, 논을 사기 시작하면 천석지기.만석지기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초가삼간집을 갖고 있으면 번듯한 아홉칸 집을 짓고 싶고, 아홉칸 집에 살다보면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짓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직자들이 땅이나 집을 재임 중에 장만하기 시작하면 자꾸 커지기만 하고 백성의 원성을 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먹고 입고 살면(to live) 갖고 싶고(to have), 가지면 가진 것을 보존하고 싶고(to keep), 보존하다 보면 가치있게 쓰고 싶고(to be), 그렇게 쓰다 보면 남에게 베풀고도 싶어진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살게 된 이후(to live) 갖고 싶고 보존하고 싶은 가장 대표적 욕망 중 하나가 바로 땅과 집이라고 했다.
그만큼 우리 문화는 예부터 땅과 집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호화로운 집을 ‘옥(屋)’이라 하고 조촐한 집을 ‘사(舍)’라 하는데, 이 글자에는 깊은 뜻이 있었다.
호화로운 집(屋)은 시(尸)+지(至)로, 곧 시체가 된다는 의미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평당 수천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어떤 아파트의 경우 수십억원이 넘는 것도 있다 하니, 우리나라의 집값은 바야흐로 최고가 시대를 맞은 것 같다.

또 사람들은 너도나도 큰 집을 사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한다.
내 집으로 25평 아파트를 마련해서 눈물이 나도록 행복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또다시 35평, 40평, 60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욕망이 점점 커지고 그 끝을 모르게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욕심 많은 어부의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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