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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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모두 농경사회를 거쳤지만 삶의 문화는 일치하지 않았다. 같은 농경사회를 살면서도 서양사람들은 태양 숭배 의식이 강했던 데 반해 동양사람들은 달을 더 좋아했다. 특히 한국인들의 달 숭배 의식은 더 강렬했다.

달은 생명을 잉태하고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서양인들은 사랑과 생명을 말할 때면 으레 ‘오! 나의 태양’하고 해를 노래한다. 어느 누구도 ‘오! 나의 달’이라고 하지 않는다.

식량은 햇빛과 물이 제공한다. 서양사람들이 태양 찬미(讚美)를 일상화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실 해가 없다면 만물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서양인들의 태양숭배 의식이 더 과학적이다.

한국인들에게 달은 과학보다 자연의 섭리 그 자체였다. 달을 신(神)의 의지와 은혜의 대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태양의 노래는 없고 모두 달의 노래뿐인 전통민요와 시조에서도 한국인들의 달에 대한 독특한 정서를 찾아볼 수 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오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달을 보며 소망을 빈다. 어른들은 풍년과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고, 아이들은 계수나무와 토끼와 은하수를 건너는 조각배를 보며 꿈을 키운다.

하지만 그 꿈은 고대광실 큰 집을 짓고 남부럽지 않게 사는 꿈이 아니라 계수나무를 베어다 초가삼간을 짓고 양친부모를 모셔다가 천년 만년 행복하게 사는 소박한 꿈일 뿐이다.

객지로 간 자식들의 무탈을 빌고, 연인을 그리워하며 사랑의 밀어를 띄워 보내는 것도 보름달이다. 자식 갖기를 원하는 여인들에게 보름달은 잉태를 가져다주는 구원의 달이기도 하다.

추석은 수확에 감사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일년 중 가장 밝은 8월 대보름달이 주는 의미가 이렇듯 더없이 컸기 때문에 민족의 명절로 승화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오늘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하지만 추석 분위기는 예년만 못하다. 극심한 불경기에다 잦은 비날씨로 농사도 시원찮다. 서민과 농민들의 추석맞이일수록 더 우울하다.

그나마 추석날 날씨라도 좋아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이마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하늘의 달을 못 보면 마음의 달이라도 보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한가위 보름달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그런대로 답답한 가슴이 환히 열릴지도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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