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발복, 無本大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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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특징은 설사 잡히더라도 절대로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도둑놈입니다”하는 자는 도둑이 아니라는 말도 있다.

길을 가다가 새끼줄이 하나 떨어져 있어 집어 들고 집에 가서 봤더니 그 끝에 소 한 마리가 딸려 있더라는 어느 소도둑 이야기. 그 도둑이 교도소에서 사돈을 만나게 되어 자신의 이 ‘억울한’ 사정을 얘기했더니 그 사돈도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아 글쎄, 주인 없는 포목점에 조용히 들어가 비단 몇 필을 메고 나오면서 ‘외상이오’ 하는 말 한마디를 깜빡 잊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니까요.”

▲“무엇보다 당대 발복(發福)은 무본대상(無本大商)이 제일”이라는 속담이 있다.

무본대상(無本大商)은 밑천 없이 장사하는 큰 장수라는 뜻으로 도둑을 비꼬는 말이다.

이렇게 밑천 없이 한 밑천 잡으려는 자들은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면 더 설치는 느낌이다.

대검이 국가예산·보조금·공공기금 횡령비리를 단속해 150명을 구속했다. 서울 양천구청의 사회복지과 8급 직원 안모씨(37)는 서울시에 장애수당을 신청하면서 낮은 급수를 가진 장애인을 높은 급수로 올려 신청하는 수법으로 매월 평균 9000만원을 빼돌렸다.

이렇게 3년간 26억원을 빼돌려 아파트와 벤츠 승용차를 사서 타고 다녔다고 한다.

육군 모 부대 K원사는 양곡업자와 짜고 3년간 군량미 3550가마(150t 분량)를 빼돌려 팔아먹다가 적발됐다.

대전의 어떤 교수는 환경기술을 연구한다고 속여 9억원을 지원받아 가로 챘고, 서울의 한 기업인은 탈북자도 고용하지 않으면서 고용한다고 속여 9억5500만원을 받아먹었다.

이쯤하면 세상은 양상군자(梁上君子) 녹림호걸(綠林豪傑) 도둑놈 천지다.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이 꼽은 여섯 도둑은 모두 우리 몸에 있다.

보이는 대로 다 가지려는 눈,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는 귀, 좋은 냄새만 맡으려는 코, 갖은 거짓말에 맛있는 음식만 먹으려는 혀, 훔치고 못된 짓만 골라 하려는 몸뚱이가 그 다섯이다. 마지막으로, 이놈은 싫다 저놈은 쫓아내야 한다거나 저 혼자 화내고 떠들고 소란피우는 생각도둑을 꼽았다.

그런데 이렇게 국가예산이나 보조금을 빼먹는 이런 도둑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제주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니 곧 제주도에서 당대에 발복한 이들의 얼굴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부영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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