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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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추석에는 휘영청 밝은 한가위 보름달이 온밤을 비췄다.

전국 곳곳에선 많은 사람들이 ‘달맞이’를 만끽했다는 소식이다.

‘달 보기’라고도 말하는 한가위 달맞이는 수백 년을 이어온 우리민족 고유의 풍습이다.

흔히 보름달은 원만과 충만함과 풍요를 상징한다.

그러니 둥근 보름달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을 채워주는 넉넉함이 있다.

특히 한가위 보름달은 1년 중 가장 밝은 달이다.

우리 조상들은 음력 팔월 보름이면 가족끼리, 연인끼리 뒷동산에 나가거나 집 마당에 앉아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는 둥근 보름달을 쳐다보며 모두의 행복과 국운의 융성까지 빌었다.

▲예로부터 ‘추원보본(追遠報本)’을 사람됨의 제일로 숭상해왔다.

추원보본은 조상의 덕을 추모하여 정성스럽게 제사를 지내며, 자기의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음을 뜻한다. 가족과 친족끼리 모여 성묘하고 차례를 지내는 추석도 추원보본의 행사다. 대가족 농경시대에 혈연중심의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혈연주의를 넘어선 추석의 현대적 해석은 마음을 더 없이 충만하게 한다.

우선, 현재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앞서간 고인들을 돌이켜보고 감사할 일이다. 이어 오늘의 자기존재를 사람답게 확인하고 새로운 내일을 기약하는 날로 삼을 수 있으면 21세기 추원보본으로 제 격이라는 얘기다.

▲추석을 명절 중의 명절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보름달 덕택일 듯 하다.

달은 생산과 풍요와 사랑을 가져다주는 음(陰)의 상징이다.

보름달 중 보름달인 추석 보름달은 음의 기운이 절정에 달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그제 후배사랑이 남달라 친형같은 선배의 집 마당에서 지인들과 맞이한 한가위 달맞이는 서로에게 감사하는 정겨운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론 둥근 달처럼 모나지 않는 삶이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져보았다.

마침 마당 잔디밭 가운데로부터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원 구석 감나무에서 무르익던 진홍색의 토종감이 저절로 낙과한 것이었다.

떨어진 감 맛은 홍시 이상으로 달콤했다. 그러나 나무에 달린 감은 아직은 떫은맛이었다.

기다림의 미학을 말하려는 듯 선배의 가을노래 하모니카 연주는 밤 깊이 이어졌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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