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해외민주인사 고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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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떤 시절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 위해 나서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의 초청으로 지난 19일 수십년 만에 꿈에 그리던 조국 땅을 밟은 33명의 해외민주인사 중(일본지역 방문자 29명 중) 8명이 제주 출신이다.

이번 한가위 맞이 고국방문단 일원의 4분의 1이 제주 출신인 셈이고, 22일 오전 정부 당국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온 재독 사회철학자 송두율 교수까지 포함하면 34명 중 9명이 제주도가 고향인 우리의 이웃들이다.

이는 암울했던 1970~1980년대 군사독재시절, 해외에서 자신들의 돈벌이와 학업을 포기하면서도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일을 제주 출신 동포들이 주도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은 언론과 우리 사회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들은 과거 일제시대에 일본에서 조국의 해방을 위한 애국운동에 헌신했던 수많은 제주 출신 인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조국의 민주화운동에 투신해 왔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통련 오사카본부의 경우 대표와 부대표.사무국장.상임위원, 재일한국청년동맹 오사카본부 위원장 모두가 제주 출신로 구성돼 제주 출신 해외민주인사가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일본에서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을 이끌고 있는 김정부씨(54.한통련 기획실장)는 할아버지가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 출신이고 어머니가 북제주군 한림읍 출신인 재일교포 3세다.

김씨는 “한통련 활동을 하기 전에는 한국인임을 부끄러워했고 한국인인 부모님이 미워 일본인이 되고자 애쓴 적이 있었다”며 “간간이 들려오는 조국에서의 민주화운동 소식은 나를 부끄럽게 했고 조국을 위한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하면서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 김씨의 두 동생인 융사(50).창오(49)씨도 김씨의 뒤를 이어 오사카에서 한통련본부 부대표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애국운동에 나서고 있다.

융사씨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환송행사 뒤에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조국을 방문하니까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며 “한림읍 출신인 어머니(일본 거주)와 고향인 제주도를 꼭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융사씨는 또 “한라에서 백두까지 조국은 하나다라는 생각을 갖고 운동을 해 왔으며 한국이 민주화되면 한라산에 가고 조국이 통일이 되면 백두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990년 범민족대회 때 백두산에 먼저 가고 한라산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며 “한라산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3형제 중 막내인 창오씨는 1987년 민주화항쟁 때 일본 오사카 한국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보름간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 고국방문단 일원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강종헌씨(52.서귀포시 법환동 출신)는 정부 당국에 의해 조작된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뒤 13년 동안 옥살이를 한 후 가석방돼 일본으로 추방된 경력을 갖고 있다.

강씨는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면서 한국의 젊은이들과 조국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해 19세의 나이로 한국에 들어왔고 1975년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 후 본과 2학년 재학 중 ‘재일동포 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

그는 1심과 2심, 3심에서 모두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한국과 일본에 있던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13년간의 옥살이 끝에 일본으로 추방됐고 1990년 범민족대회 실무회담차 잠시 방문한 뒤 더이상 한국땅을 밟지 못했다.

현재 강씨는 한통련 조국통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의사의 꿈을 접었으나 조국을 위한 애국운동에 나선 것이 더 보람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단의 막내인 고수춘씨(33.북제주군 조천읍 신촌리 출신)는 현재 오사카에서 재일한국청년동맹 본부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씨는 “1991년 민주화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맞아 사망한 강경대 열사와 나이가 같다”며 “당시 조국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또래들을 보면서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한통련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아버지가 1961년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 왔다”며 “아버지는 이승만 정권 당시 부정부패를 보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을 부모님은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의 아버지 고상진씨(1946년생)는 일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고 고향인 조천읍에는 사촌들, 삼촌들이 있어 자주 내왕하고 있으며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도 제주도에 있어 아버지는 제주도에 가끔 오고 있으나 고씨는 여권이 없어 못 들어오고 있다.

이번에 고국을 방문한 제주 출신 해외민주인사 중 유일하게 이날 오후 제주를 찾은 김창수씨(49.남제주군 표선면 토산리 출신)는 오사카 이쿠노지역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한통련 오사카본부 상임위원 겸 이쿠노지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15년 전부터 한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애국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고1 때 일본국가기술자격시험을 볼 때 한국 이름으로 응시하자 당시 일본인 교사한테서 일본 학교에서 쓰는 일본 이름을 왜 쓰지 않았으냐고 핀잔을 듣고 난 후 한국인으로 살아야겠다는 민족의식이 싹텄다”고 말했다.

김씨는 “15년 전 한통련 활동을 하면서부터 고국 방문이 거절되고 식구들도 전부 고향 방문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제주도에는 외삼촌과 8촌 누나들이 살고 있고 2박3일 정도 제주도에 머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도 들러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표선면 성읍리 출신인 이철씨(55)는 한통련 오사카본부 대표로 활동하면서 목공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도가 본적인 허경민씨(48)는 한통련 오사카본부 부대표로 있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그리운 고국을 찾았지만 정식 여권이 아닌 정부 당국에서 일시적으로 허용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이어서 고향인 제주도에는 오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 4일간의 고국 방문이 그동안 자신들이 걸어온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향한 운동에 자부심을 갖게 해준 시간들이었다면서 언제 다시 고국으로 돌아올 지 모르나 7000만 겨레가 하나 되는 일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일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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