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상상하는 21세기 제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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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단일한 운영원리에 포섭된 시대를 가리켜 우리는 세계화시대 혹은 국제화시대라고 말한다. 국제화시대는 국제사회의 운영을 결정짓는 바탕의 힘이 정치력에서 기인하던 시대를 의미하고, 세계화시대는 곧 경제력이 그 운영원리의 핵심을 이루는 시대를 가리킨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세계‘화’라는 표현은 세계적인 표준을 공유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이 세계를 구성하는가. 나를 제외한 외부의 모든 것이 세계를 구성하는가? 아니면, 나 또한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한 부분인가? 이런 맥락에 유념한다면, 제주가 바로 세계의 주요한 구성 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 세계화가 준동(蠢動)하던 시절 제주(인)의 시간과 공간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전시회가 두 곳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제주박물관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는 각각 ‘항해와 표류의 역사’ 특별전과 ‘서양 고지도 속의 제주도’ 기획 전시를 마련했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은 우리에게 ‘하멜 표류기’로 잘 알려진 ‘하멜보고서가 수록된 연합동인도회사공문서’(V.O.C official documents including Hamel’s report)(1943.7.5) 원본을 전시하고 있다.

필자가 알기로, 이 진본 전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개 전시회를 가진 적이 없는 미증유의 일이다. 무료 관람이라 더욱 고마운 이 소중한 전시회는 그밖에도 여러 문헌 및 유물을 한 곳에 모아 근대(近代) 제주의 기원과 역사를 재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하였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화의 원형을 낳은 근대가 바로 공간의 재발견과 더불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또한 서양인들의 시각에 노출된 제주의 모양을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값진 기회라서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학습의 장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전시회들이 여행객의 관광코스로 되어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고 정작 제주의 주민들에게서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주인공 청소년들의 세계 의식을 키워줄 더 없이 좋은 기회인데도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혹시 저간의 사정이 제주에 대한 무관심의 한 징후라면 왠지 불안한 마음마저 든다. 부실한 교통안내 표지판 탓일까? 아니면, 논문까지 함께 묶인 도록(圖錄)이 몇 만원씩 하더라는 말을 전해 듣고 부담을 느껴서 그랬을까? 그것도 아니면, 인터넷에서 검색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 때문일까? 이유야 어디에 있든 결과는 하나같이 큰 손실임에 틀림없다.

과연 제주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그들의 안목은 어디에서 길러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세계화시대의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이끌어갈 것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말로는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일상화된 이 고함에 마비된 나머지 세계화는 정부의 외교관이나 재벌 그룹의 무역 파트에서 잘 해야 할 일로 외면하고 있다.

아마도 제주가 대한민국의 한 변방이었을 때는 그러한 안일한 태도가 더러 통한 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면적 세계화는 이제 코앞의 현실이 되었다. 국제자유도시의 시민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바깥 세상의 사정에 밝아야 한다.

왜냐하면 ‘국제’라는 표상 안에 이미 그만한 정치력의 긴장이 내재되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제 며칠 후면 두 전시회가 모두 폐막한다. 세계화 시대 제주의 미래를 살아갈 모든 이에게 서둘러 한 번 다녀오기를 경고(敬告)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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