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되고 도굴되는 비지정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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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개탄스럽다.

이젠 열녀비(烈女碑)까지 절도범의 표적이 되고 있어서다.

지난 6월 군위오씨종친회는 종본 책자를 만들기 위해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1리 대왕산 인근 도로변 등사진 곳에 있는 ‘제주고씨(濟州高氏) 효열정려비(孝烈旌閭碑)’를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서야 지붕석과 벽석 등 열녀비의 머릿돌이 감쪽같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지붕석에 줄무늬가 특징인 이 열녀비는 성산읍 오조리 오경인의 부인인 고씨가 일찍 남편을 여의었으나 부모공양을 지극히 정성으로 모신 것을 기려, 조정이 조선 순조임금 23년(1823년)에 열녀 고씨를 효열정려로 추증해 세웠다고 전해진다.

종친들로선 가치 있게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어야할 문화유산인 것이다.

그러니 도난 현장을 본 종친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 문화재청은 도난문화재 목록에 이를 올렸다. 그러나 언제 되찾게 될지 난망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선조들의 무덤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동자석(童子石), 마을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구제한 공적을 기리는 선정비(善政碑) 등 비지정문화재들이 마구 도굴되면서 도외 밀반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밀반출 동자석만 해도 모두 600여 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내에 전문적인 비지정문화재 도굴조직이 암약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경찰은 반드시 이들 조직을 찾아내 엄벌해야한다.

비지정문화재 역시 지정문화재 이상으로 마을주민들의 정체성과 제주의 자존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그럼에도 비지정문화재는 당국의 관리 밖으로 밀려나면서 훼손되고 도난 도굴되는 수난을 겪어왔다.

다행히 제주시는 위성항법장치(GPS)와 연결 등 동자석의 위치와 변동 상황을 알 수 있도록 동자석 문화유산 콘텐츠 구축사업을 마쳤다고 한다. 기대가 되지만, 열녀비와 선정비 등 다른 비지정문화재에도 관심의 폭을 넓혀주기 바란다.

서귀포시도 마찬가지다.

차제에 비지정문화재를 공공의 문화유산으로 보존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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