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해외여행 기본 패턴 바꿀 때
이젠 해외여행 기본 패턴 바꿀 때
  • 김범훈
  • 승인 200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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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웃에게 들은 이야기 한 토막.
제주시내 모 여행사가 오는 10월 초 예정된 동남아지역 문화탐방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옷차림과 유의사항을 알려준 뒤 여권을 체크하고는 간단히 끝냈다. 바쁜 사람도 있었을 터이고, ‘한다는 얘기가 고작 이것뿐인가’ 하고 실망했을 법도 한데, 좋은 게 좋은 건지 서로 화기애애(?)하게 헤어졌다 한다.

여행사측으로서는 이들이 해외에 한두 번 나갔다 온 것이 아니어서 특별히 교육할 사항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해외 여행사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분명 문제가 있잖은가. 변해야 산다며 모두가 업그레이드하는데 여행설명회부터 10년 넘게 그대로다.

이를 보면 해외여행 기본 패턴 자체가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우선, 제주국제공항에 출발 2시간 전 집결. 여권과 항공권 소지하고 대한민국 출국.입국신고서 작성. 국문.영문.한문이 병기돼 작성에 큰 어려움 없음. 국제선 탑승 후 기내 승무원들이 외국 입국.출국신고서 작성 안내시 우왕좌왕 혼잡, 이유는 작성법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 여행사측 인솔자가 이곳저곳 다니면서 가르쳐주거나 샘플 작성 회람. 공항 도착 후 전세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하면 첫날 일정 대강 끝. 뒷날 아침 호텔 레스토랑에서 현지 가이드 안내로 아침 뷔페 식사. 그리고는 정해진 탐방 일정과 코스를 따르면 만사 O.K.-

이런 패턴으로 오랫동안 계속돼온 해외여행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 왔을까.
해외 문화탐방이나 답사 등은 사실상 해외여행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말이다.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스스로를 배우고자 했건만,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며 셔터만 눌러댄 기억으로 채워지지나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단정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억측일까.

국제선 기내에서 외국 입국.출국 신고서는 가이드가 작성해 주었다. 숙식과 관광, 그리고 쇼핑까지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옮겨 다니기만 했다. 결국 외국 여행은 했으되, 실제 외국 문화를 체험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유명 관광지나 유물.유적 등을 돌아보는 것으로 문화를 안다고 할 수 있을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모름지기 해외 문화탐방이라면 현지의 생활 저변에서부터 접근하는 것이 수순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패턴을 어떻게 바꾸는 것이 이에 합당할까.
당초 여행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실천하는 방안들이 있다.

먼저, 사전 오리엔테이션이 현지에서 도움이 되도록 좀더 알차게 꾸며져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외국 입국.출국 신고서를 미리 작성해 봄으로써 기내 혼잡을 방지한다. 현지인들과의 기본적인 대화를 위해 필수회화 50선(選)을 만들어 큰 소리로 발음해 보도록 한다.

둘째, 현지에서 대중문화 체험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홍콩의 경우, 공항과 시내를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공항고속전철이 있다. 10분마다 칭이역과 구룡역을 경유, 홍콩 중심지 역까지 23분에 주파한다. 공항과 바로 이어진 역내 자판기에서 전철 티켓을 직접 구입하여 타본다. 이 과정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에 놀랄 것이다. Asia’s World City란 말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호텔 도착 후, 여장을 푸는 시각이 저녁 이전이면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선 아침식사 전 1시간 정도 호텔 주변을 산책하거나 조깅토록 한다. 그 곳이 시가지이든, 한적한 곳이든 아침 문화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셋째, 국제자유도시 시민 예절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호텔 아침식사 레스토랑에서는 아무데나 자리를 잡지 말자. 입구에 대기하다가 반드시 직원의 안내를 따라 식탁에 앉도록 하자. 이어 직원이 차나 커피 주문을 받고 잔을 채워 주면 그 뒤에 뷔페를 시작하자. 품위있는 식사 예법은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된다.

이 같은 패턴을 바탕으로 여행을 해보자. 비로소 살아 있는 선진 문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어쩌면 가이드 없이도 ‘홀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여행업체가 현재 패턴을 고집하는 한, 해외여행을 많이 한들 우리가 얻는 것은 ‘눈요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