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과 전략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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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왕근 제주관광대학 교수·항공컨벤션경영과·논설위원>

제주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면서도 매력적인 자연 문화유산들이 풍부하지만 국제적 관광지라는 파고에 제주의 보물들은 너무나 쉽게 잠식되고 있다. 제주의 영주십경이 우리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제주 고유의 방언은 학술적 가치로만 인정받을 뿐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지속된다면 제주는 멀지 않아 섬이면서도 섬 같지 않은 일반 도시들의 모조품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섬의 생명력은 원시성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제주의 숨골이라는 곶자왈, 제주 바다의 애환을 상징적으로 들려주는 칠머리당 영등굿, 그리고 제주의 토속 언어 등은 섬의 원시성을 꿈틀거리게 하는 대표적인 구성인자들이다. 이러한 원시적 소재들은 보일 듯 보이지 않은 신비감으로 제주를 감싸면서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제주만의 5감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제 생태관광으로 이어져 미래의 관광 경쟁력을 가늠하는 절대적 가치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태관광은 자연과 인간이 공생이라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초기에는 추진되었지만 점차 개발사업자들의 커다란 탐욕을 합리화시켜주는 명분으로 작용하여 난개발의 주요 원인이 되는 폐단이 되기도 하였다.

올레 열풍도 그 단면의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올레코스는 틀에 짜여진 관광지 중심의 여행을 제주사람들의 삶의 공동체로 이끌어 내어 이방인들과 제주 사람들이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지만 새로운 올레코스의 개발을 위해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도로가 포장이 되고, 화장실, 매점과 같은 편의시설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선다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단순한 산책로로 전락하여 제주 섬이 가지는 고유의 원시성 또는 신비성은 빠르게 소멸될 것이다.

이제 예술가들의 희귀한 작품은 그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는 사람들에게만 공개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듯이 제주의 과거, 현재, 미래의 관점에서 반드시 보호해야 될 제주의 자연문화유산들을 지정하여 그 자원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들에게만 개방하는 전략적 사고를 실천할 때이다. 외국의 세계 자연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광지들은 입장료 징수 및 현지 가이드 의무 고용을 통해 관리 비용을 충당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듯이 제주 역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원의 개념에서 벗어나 반드시 보존해야 될 자연 문화유산으로서 유료 입장 및 전문 가이드 동행이 의무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를 해 나갈 시점이다.

더불어 제주 자연 문화 유산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역발상이 요구된다. 가령 관광지 표지판이 관광객들의 편의에 초점을 두어서 표준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제주의 이국적인 맛을 더 크게 고취시키는 방향에서 제주방언으로 관광지 표지판을 디자인하고, 관광지 소개도 제주 방언을 사용하는 전문가이드 설명에 따라 이를 표준어, 외국어로 통역하는 가이드를 둔다면 그 자체가 이색적인 제주 관광경험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자.

모든 소비자가 왕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제주를 사랑하고 그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만이 제주 관광의 우량 고객인 것이다. 제주의 자연 문화유산은 제주 사람뿐만 아니라 제주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의식 전환이 제주 관광의 의미 있는 학습적 결과물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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