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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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것 같은데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한국인들의 외식메뉴가 있다.

누구나 어릴 적 한 두 가지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자장면’이다.

진한 냄새와 저렴하고 부드러운 맛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빠른 시간에 허기를 채울 수 있어서다. ‘자장면 3그릇 빨리 빨리 주세요’ 식당에서 자장면을 주문하면서 마치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이유다. 어디 이 뿐인가. 금방 나오지 않으면 애교 섞인 짜증까지 내면서 ‘자장면 안 나와요’라며 불평도 쏟아낸다. 그러면 돌아오는 주인의 대답은 어김없이 ‘이제 나가요’다. 이런 탓에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와 궁합이 맞을 수 있었던 자장면은 2006년 정부가 꼽은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 목록에 이름까지 당당히 올리는 영광까지 안았다.

▲그러면 한국에 온 외국인이거나 해외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빨리 배우는 단어는 뭘까. 당연히 ‘빨리 빨리’도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이 단어를 언제 어디서든 자주 쓴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인의 삶은 급한 성질의 ‘빨리 빨리’란 단어와 함께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빨리 빨리’ 문화에는 동전의 앞뒤처럼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급한 성질의 민첩성만을 중시하는 부정적인 뉘앙스로도, 초고속으로 변하는 정보화 시대의 경쟁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한국의 빠른 성장 이면에는 성과 만능주의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삶의 변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미래에 대한 비전은 더욱 중요해지는 법. 그 것이 없다면 변화에 휩쓸리기만 할 뿐 능동적으로 세상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민첩성 못지않게 유연하면서 신속함이 더 더욱 중요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올 한 해 마감을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요즘 한 해 목표의 도착지를 차분히 점검하며 되돌아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시기다. 연말에 도착지를 정점하기엔 쉽게 지치고 각박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빨리 빨리’의 문화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보다 차분한 정리는 조급함보다는 삶의 여유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송용관 남부지사장 겸 남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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