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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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유명한 시인의 시나 문학인들이 쓴 글들을 읽을 때면 뛰어난 어휘력과 미사여구의 구절들을 보며 감탄할 때가 많다.
어휘력과 시적 감각이 무딘 사람으로서는 그저 글이 좋구나하고 느낄 따름이다.

헌데 이렇게 경의로운 시어나 미사여구도 적절하게 쓰이지 못할 경우 한낱 말장난으로 전락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참여정부 들어서 새로운 언어가 유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시발점이 청와대 비서실에서 나온 ‘코드’인 것 같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느니 안 맞느니 등등 코드란 말이 여기저기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코드란 말의 정확한 뜻을 모르면서도 무슨 유행인 양 곳곳에서 코드란 낱말을 인용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영어표기로는 ‘code(법전.관례.암호.신호)’, ‘cord(전선)’, ‘chord(화음)’ 등등이 있으나 그 어느 것도 현재 사용되는 코드의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의 국정철학’ 등으로 이해가 된다면 ‘code’가 의미상으로 가장 가까울 듯 싶다.

코드에 이어 나온 단어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 로드맵(road map)이다.
국가정책에 대한 로드맵이 나왔다 등등하면서 로드맵이란 말을 쓰는데 역시 사전적 의미인 ‘도로 지도’로는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

굳이 뜻을 붙인다면 ‘실천계획’ 정도로 이해될 수 있겠다.
이것 말고도 태스크포스, 모니터, 정책 프로세스 등등 곳곳에서 외국어가 튀어나오고 있다.

이 낱말들이 남발되는 것을 굳이 탓하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 외국어들이 그럴 듯하게 중요한 의미로 사용되는 만큼에 따른 결과다.
참여정부의 오락가락한 경제 정책은 경제계의 큰 불신을 사고 있다.

일관성 없는 노사정책은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카드빚에 몰려 일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터져 나오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밤늦게 일해도 자식 유치원비를 걱정하다 못해 이민을 떠나는 등 이민창구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20, 30대 청년 실업자가 늘고 신용불량자가 크게 증가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불안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우리 말 살리는 겨레모임’이 회원과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말 훼방꾼’과 ‘우리말 지킴이’ 후보를 추천받은 결과 ‘코드’, ‘로드맵’ 등등의 말들을 쓰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이 우리말 훼방꾼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국민들이 정녕 바라는 것은 그럴 듯한 언어의 유희보다는 피부에 와닿는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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