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와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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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내 마음을 훔쳤다. 내 마음은 한국을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다.”

2002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은 계속 감독직을 맡아 우리나라를 떠나지 말 것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에게 이런 말로 위로했다.

지금도 국민이 히딩크 감독을 잊지 못하는 것은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도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말 한마디로 선수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국민을 감동시켰다. 16강에 이르러 이탈리아와의 격전을 앞두고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는 말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대 원천으로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를 든다. 로고스는 논리이고,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의 품성을 이용한 설득법이다. 파토스는 청중의 감정 상태를 활용한 설득이다. 즉, 논리와 감성, 그리고 적절한 비유가 어우러진 말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얘기다. 히딩크 감독은 이 3박자를 갖춘 화법으로 국민의 마음을 훔쳤다. 나름대로의 논리에 감성을 섞고, 적절한 상징을 끄집어내 선수와 국민을 하나로 묶었던 것이다.

▲“나는 아직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 홍명보 청소년축구팀 감독이 미국전에 임하는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16강전에선 “승리하기 위해 카이로에 왔다. 여기서 멈출 순 없다. (8강전을 위해) 수에즈로 다시 갈 것이다”고 했다. 그의 화법도 어딘가 히딩크를 닮았다.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만든 승리’라며 ‘120%의 능력을 발휘한 선수’를 격려하는가 하면 ‘잔디가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상대팀을 압박한다. 그리고 ‘우리안의 자만심 경계해야’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이런 표현들은 강력한 메시지로 국민의 뇌리에 착 달라붙고 있다. 소위 ‘스티커 메시지’다.

▲홍명보 축구는 히딩크 축구를 빼닮았다. 강력한 체력과 압박, 그리고 높은 볼 점유율이 그것이다. 그러니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선수들은 폭주 기관차다. 나조차 우리 팀을 막을 수 없다”는 히딩크의 말은 지금 청소년대표팀에게도 유효하다. 홍명보 감독 역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조직력만큼은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고 있다. 게다가 결승까지 세 경기가 남았다며 ‘아직도 배가 고픈’ 홍명보 감독과 선수단의 자신감도 넘친다. 오늘 밤 치러질 가나와의 8강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현창국 e-news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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