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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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잔인한 달’은 4월이 아니다. 바로 9월이다. 천고마비 좋은 계절의 초입 9월에 혁명도 쿠데타도 아닌, 집안싸움으로 두 동강 나 분해 직전이니 얼마나 참담한가.

그것도 야당이나 군소정당이라면 모를까. 대통령까지 당적에 올라 있는 집권 여당이 자중지란으로 고사(枯死) 직전에 이르렀으니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불행 중에도 큰 불행이다. 민주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큰 불행이란 뜻이다. 착각 말기 바란다.

4.19 직후의 집권 민주당도 그랬다. 내각제 총리 자리를 놓고 구파 윤보선과 신파 장면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과는 장면이 총리가 돼 실권을 장악했고 윤보선이 명예직인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구파와 신파는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늘의 민주당처럼 완전 두 동강이 나 1960년 9월 결별하고 말았다. 이 때나 그 때나 민주당은 9월이 역시 잔인한 달이었나 보다. 그 업보였던지 당시 민주당은 5.16쿠데타로 사라졌다.

지금의 민주당도 신당파에 의해 자멸하고 있다. 신당파 명분은 정치개혁이다. 그 개혁을 기치로 당을 떠나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의석 수는 한나라당, 민주당 다음 세 번째다.

물론, 명년 총선을 노리고 있겠으나 국민들이 그들에게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부여해 줄는지는 미지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원내 소수당으로 눌러앉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사실 신당파의 행보를 뜯어보면 표면적으로는 정치개혁을 내세우고 있으나 반개혁적인 데가 없지 않다. 신당파에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전국구 의원 7명만 해도 그렇다. 확실하게 정치개혁을 하려면 7개월여 남은 국회의원직 정도는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연연해서인지 아직 탈당하지 않고 미운(?) 민주당의 당적을 고수하고 있다. 그야말로 구태 정치인의 전형이다.

어디 그뿐인가. 첫 집권에 이어 어렵사리 두 번째 집권한 민주당을 이끌지 못하고 정략에 따라 두 동강을 냈다면 그 것 또한 개혁을 위해서라기보다 붕당정치의 소산이 아닌지 모르겠다.

신당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처세도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줄 안다. 대통령 자신이 정치개혁을 위해 심정적으로 신당 쪽을 선호하고 있다면 그 것은 이미 민주당을 버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민주당을 탈당, 신당에 입당하는 게 개혁의지에 부합된다.

만약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임기 내내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리 했어야 할 일은 신당이 아니라 민주당으로 하여금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청산할 것은 청산하며, 개혁할 것은 개혁토록 해서 당과 함께 국민의 신망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었어야 했다. 어쨌거나 9월은 민주당에 잔인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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