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표적인 것이 세계섬문화축제와 민.관 합작으로 출범했던 제주교역 및 현재 표류 중인 호접란 미국 수출이다.
세계섬문화축제와 제주교역의 실상은 그동안 도민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거니와 그나마 기대했던 호접란 미국 수출마저 첫 단계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제주도가 도민 혈세 80억원이나 들여 호접란 미국 수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였다. 재배 농가의 소득 향상을 위해 16세대를 참여시킨 이 사업은 올해까지 18만여 그루를 수출했지만 미국 현지 농장의 시설 부족, 개화 부진 등으로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다.
호접란의 첫 단계 수출 실패는 지난 7월 제주도의회의 미국 현지 조사와 최근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제주도 조사반의 현지 점검 결과 확인되었다. 다만 제주도는 첫 단계 수출 실패에도 불구, 앞으로 미비점만 보완하면 ‘수출 효자’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수출된 18만여 그루 중 정상적으로 개화된 6만여 그루를 제외하면 나머지 12만여 그루가 꽃을 피우는 데 실패, 중간 묘(苗) 상태로 헐값에 처분키로 했다니 예상 밖의 큰 실패다. 꽃을 제대로 피웠다면 7달러를 받을 수 있는 것을 4~4.5달러의 싸구려 값에 팔아야 하게 됐으니 6.78달러의 생산비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이다.
이 때문에 호접란 재배에 참여했던 16농가 대부분이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어 제주도가 생산품을 매입 보상해 주거나 다른 재배농가에 인수토록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또 다시 도민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호접란 수출 사업의 실패 원인은 재배기술의 부족, 비닐하우스 등 현지 농장시설의 미국 승인 지연 등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마저 미리 해결하지 않고 사업에 착수했으니 그 자체가 주먹구구식이요, 즉흥적이다.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호접란을 수출 효자 종목으로 기대하고 싶으면 문제점을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 사업을 청산할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라는 뜻이다. 어물어물 하다가는 허물만 더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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