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감싸인 '포즈도 당당한 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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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갤러리 30일까지 류영도 초대전...20여 점 출품돼

고전적 누드화가 아니다. 현대감각에 철저히 조응하는 누드다. 그래서일까. 여체는 포즈부터 당당하다. 여성특유의 내향적 미덕은 오간데 없고, 현시욕 강한 이 시대 여성들의 품새다….

류영도의 누드화를 말함이다. 그의 누드화는 단순히 여체의 외적 아름다움만을 탐닉하지 않는다. 외려 여체는 부분적으로 희생된다. 신체 일부분이 가려지고 화면 밖으로 밀려나는 구도에 의해서다.

여체 외형과 성적 매력을 부각하는 일반 누드와 관점을 달리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류 작가의 누드화는 여체의 매력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그는 매끄럽고 보드라운 피부에 얽매지 않고 생기 넘치는 탄력적인 여체를 주시한다. 살에 감춰진 근육의 유착점을 포착하는 터치가 구사돼 야성적 여체의 이미지를 끄집어낸다. 건강미와 관능미가 돋보인다.

그의 누드화의 또 다른 특징은 여체가 자리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비어있고 때론 추상적으로 처리됐을 뿐이다. 이런 조형성이 누드화의 보편적 인식을 씻어낸다.

빈 배경은 바로 동양 미학의 여백 개념과 상통한다. 무표정한 곳이 아닌, 표현형상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기운생동을 이끌어 내는 그 여백이다. 사유의 그늘이 드리운 우주 격이다.

결국 류 작가 누드화의 여체는 우주에 감싸여있는 셈이다. 이때 추상적 이미지는 우주를 떠돌다 여체를 만나 마침내 정체성을 얻는 불명확한 존재를 상징한다 해도 틀리지 않을 터다.

그렇게, 불특정한 존재와 만나 한층 선명한 존재성을 드러낸 여체들이 13~30일 제주시 노형동 현인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현인갤러리의 ‘누드’ 초대전으로, 전시작 20여 점이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류영도는 미적 가치를 생산하는 예술감각을 타고 났다”며 “구상과 추상의 이원적 대립을 통해 긴장을 낳고 다시 상승작용으로 전진시키는, 새롭지 않은 조형구조를 표방하고도 자신 만의 확실한 색깔을 입혀 누드화의 속성을 탈피하고 있다”고 평했다.

문의 (747)1500.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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