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들인 오름 정비 ‘반쪽’ 전락해서야
5억원 들인 오름 정비 ‘반쪽’ 전락해서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화산섬 제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오름의 왕국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오름 숫자만 해도 360개가 넘는다. 오름은 무엇보다 천혜의 경관을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지하수 함양지대다 어쩌면 오름은 제주인의 삶의 근거지요, 신앙의 모태요, 올곧은 저항과 항쟁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자연유산으로서 제주와 오름은 때려야 땔 수 없는 동일 존재라는 의미다.


오름을 영원히 보존해야하는 당위성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웰빙 시대 건강욕구가 높아지면서 오름 탐방객이 급증하고 있다.


그럴수록 오름이 벌겋게 속살을 드러내면서 훼손도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제주시 조천읍 물찻오름과 서귀포시 안덕면 도너리오름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탐방객 출입을 금지하는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2개 행정시도 마을 천연자원인 오름 탐방로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오름 훼손을 방지하고 탐방객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제주시가 지난 달 9월24일 정완료한 애월읍 ‘궤물오름’ 탐방로 정비사업은 같은 맥락으로 기대가 컸다.

 
그러나 탐방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화장실 2곳의 문은 잠겨있고, 식수대 역시 수도꼭지를 아무리 돌려도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사업비 1000만원이 부족해 전력을 끌어오지 못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제주시는 사업비 5억원을 투입해 산책로. 생태연못 등 산림욕 코스와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말끔하게 새 단장했다고 공언했다.


실상은 탐방객들의 필수 편의시설인 화장실과 식수대가 무용지물인데도 말이다.


5억원 들인 사업이 1000만원이 없어 반쪽정비로 전락해버린 꼴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사업 완료일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시설을 완비하는 것이 기본수순이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탐방객들의 기대치만을 높였다.


결국 궤물오름의 반쪽정비는 실적위주의 탁상행정이요, 전시행정이 자초한 것이다.


이래갖고선 시민공감대를 얻기는커녕 행정의 불신만을 키울 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