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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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빛과 그 영광이 변하여 옛날과 다를지라도 서러워하지 말라. 진정한 즐거움은 내면의 빛에서 찾을 수 있나니…’. 영화 ‘초원의 빛’에 나오는 명구절이다. 원래 ‘초원의 빛’은 영국의 호반시인 워즈워드의 시이지만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워즈워드의 자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공적 자연이다. 실제적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환상으로 바뀌는 자연이다. 자연을 또 다른 인간의 내면에서 찾는 것, 얼마나 낭만적인가.

‘초원의 빛’ 전문을 읊조리다 보면 저절로 내면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에 빠져든다.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짐을 따라/그대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여기 적힌 먹빛이 마름해 버리는 날/나 그대를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그것이 돌아오지 않음을 서러워 말라/그 속에 간직된 오묘한 힘을 찾을지라/초원의 빛이여! 그 빛이 빛날 때/그 때 영광 찬란한 빛을 얻으소서.

이별은 사랑하는 연인들 것만이 아니다. 태어남과 만남의 끝은 이별이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되 미워할 것까지는 없다. 또한 찬란한 날들과 영광은 영원하지도 않다. 오히려 이별을 통해 지나간 날들의 아름다움을 내면에 깊이 간직해야 함을 워즈워드는 강조하고자 했던 것 같다.

영화 ‘초원의 빛’을 감독한 엘리아 카잔이 9월 28일 94세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예술가로는 대성공했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평가받지 못한 영욕이 엇갈린 그의 삶 역시 초원의 빛과 흡사한 데가 있다.

그는 ‘초원의 빛’과 ‘에덴의 동쪽’ 등 많은 걸작품을 만들어 수많은 세계 영화팬들을 감동시켰지만 개인적으론 불행한 인생이었다. 1934년부터 3년간 공산당 당원으로 활동한 전력에다 1950년대 매카시 선풍(빨갱이 사냥) 때 역시 공산당원이었던 영화계 동료 인사들을 거명해 난처한 지경에 빠지게 했다.

결국 그는 이로 인해 많은 미국 영화인들로부터 미움받는 외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행위의 잘잘못을 떠나 동료를 고발한 변절자의 그림자에서 평생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하긴 그러한 약점이 그를 영화의 귀재가 되게 한 결정적인 동기일 수도 있다. 청순미가 넘쳐 흐르는 여배우 내털리 우드가 열연해 히트한 ‘초원의 빛’ 등 대부분 걸작들이 그 이후 만들어졌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내면 세계의 초원의 빛과 영광을 영화를 통해 찾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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