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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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염으로 절름발이가 된 뻐드렁니 소년이 있었다. 친구도 없고, 말수도 없는 외톨이였다. 소년은 늘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봄날 아버지가 묘목을 얻어와 소년과 형제들에게 한그루씩 나눠줬다. “가장 잘 자라게 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형제들은 경쟁적으로 나무를 돌봤다.

소년도 선물을 받고 싶었지만 몸도 불편한데다 의욕마저 없어 자신의 나무에게 물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후 소년이 심은 나무가 형제들의 나무에 비해 더 잘 자랐다. 소년은 형제들의 부러움을 사며 아버지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당시 식물학자가 꿈이었던 소년은 “나무를 이렇게 잘 키웠으니 틀림없이 훌륭한 식물학자가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칭찬에 조금씩 자신감과 활기를 찾았다.

며칠 후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소년은 나무를 보기위해 방을 나섰다. 그때 소년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아버지가 소년이 심은 나무에 물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아버지는 소년을 대신해 남몰래 거름과 물을 주며 나무를 키웠던 것이다.

소년은 조용히 방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깊은 사랑에 밤새 펑펑 울었다. 다음날 소년은 확 달라져 있었다. 가슴 속엔 사랑과 행복이 넘쳤다. 이제 더 이상 뻐드렁니도 절름발이도 문제되지 않았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큰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또한 아버지를 통해 남을 배려하며 사랑하는 법도 익혔다.

훗날 그 소년은 식물학자가 아니라 미국의 32대 대통령이 됐다. ‘전 세계 자본주의를 구한 사나이’란 헌사가 따라 다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다. 그는 미국 최초의 4선 대통령(재임기간 1933-1945년)으로 국민으로부터 한없는 신뢰와 사랑을 받았다.

▲루즈벨트 일화는 부모들에게 자녀 사랑법을 일깨워준다. 생각하면 요즘 세태의 부모들은 기를 쓰고 학습매니저가 되기를 원한다. 자녀의 학습능력을 키우는데 온통 관심이 쏠린 탓이다. 그러니 자녀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다. 부모의 기준에서 자녀를 평가하고 몰아붙이기 일쑤다. 이것은 큰 사랑이 아니다. 가벼운 사랑일 뿐이다. 그래서 요란한 것이다.

식물학자의 꿈을 가졌지만 의기소침한 아들을 위해 ‘묘목의 아이디어’를 낸 루즈벨트의 아버지는 인내심이 필요한 큰 사랑을 실천했다. 그 사랑은 조용했지만 울림은 컸다. 사랑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현창국 e-news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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