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50만원 이하의 벌금과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구속할 수 없도록 했다.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유린과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방지토록 한 헌법의 정신에 따라 이같이 구속의 사유를 정해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과 법원의 불구속 수사 및 재판 지향 경향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가능한 한 그 확대 적용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제도가 검찰과 법원의 노력만으로 정착되는 게 아니다. 먼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형사 피고인들이 ‘재판 출석 의무’를 다할 때 정착될 수 있다.
최근 불구속 상태에서 선고 재판을 받을 피고인 중 상당수가 제주지법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불구속 피고인들의 형사재판 선고일 무더기 불출석은 이례적인 일로, 해당 재판 연기는 물론 다른 재판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해당 피고인들에게도 불출석이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 대부분 불구속 사안이므로 법정 구속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지만, 형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사회활동 부분 등이 추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걱정스런 것은 재판 불출석 사례가 늘어날 경우 자칫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불구속 재판 제도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만에 하나 앞으로 법원이 ‘법정 태도 불량’ 적용에 그치지 않고 불구속 재판 범위 자체를 축소하려고 할 경우 해당 피고인들만 불이익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울러 현행 불구속 재판의 정착은 물론 향후 이 제도의 확대 실시를 위해서도 관련 피고인들의 재판 출석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스스로 재판 출석의 의무를 다해 구속 재판 확대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자유가 소중한 것처럼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일도 중요하다.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만 찾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법원 또한 다소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더라도 불구속 재판을 축소하지 말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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