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3위’에 속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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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在獨) 학자 송두율씨가 국정원 조사에서 북한 권력 서열 23위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당 중앙위원으로 밝혀진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충격적인 것은 또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지식인.학자.종교인.언론인이 그동안 송두율씨에게 속고 살아 온 것이 그것이다. 하마터면 송두율씨는 민주화 투쟁의 영웅이 될 뻔했다.

우선 송두율씨의 기만(欺瞞)에 속은 것은 그의 양심이다. 자신의 비양심이 양심을 속인 것이다.
송씨는 당초 “나는 김철수도, 노동당 후보위원도 아니다”라고 잡아뗐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노동신문의 김일성 장의(葬儀)위원 명단에 내가 김철수로 등재된 것을 보고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것으로 생각했다”는 등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그러나 국정원 조사결과 송두율씨는 북한에서 교육을 받았고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장군님의 만수무강을 비는 충성맹세도 여러 차례 했고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전해진다. 이렇듯 송두율씨는 자신의 양심마저 철저히 속이고 있다.

종교인 등 지식인이 참여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속은 셈이다. 민주화 운동가로 알고 송씨를 초청했으니 말이다.
학자 중에도 속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의 어떤 심포지엄에서 송두율씨의 강연이 끝나자 사회자인 대학교수가 송씨와 함께 ‘민족통일 만세’ 등을 외쳤다지 않은가. 변호사.언론인들 중에도 송씨를 핍박받아온 민주화 투사인 줄 알고 속았다는 것이다.

이미 송씨의 정체가 밝혀졌음에도 앞으로 계속 속는 지식인이 생겨날까 걱정이다. 다만 ‘실정법’과 ‘학문의 자유’ 사이에서 논쟁은 있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학문의 자유를 위해서는 세습제 공산독재 국가인 북한 권력 23위 정치국 후보위원이 되어야 하고, 장군님의 만수무강을 빌면서 충성 맹세를 해야 하는지 생각할 문제다.

이제 송두율씨 문제는 검찰로 넘어갔고, 기소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역시 송씨 사건은 사법부를 존중,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정도일 것 같다.

대한민국법이 어떤 법인가. 위로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과거 국법을 어겼다 해서 사형을 언도했었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구속시켜 형을 살린 일이 있다. 가운데로는 학업 중인 한총련 학생들에게도 이적단체원으로 옥살이를 시킨 예가 허다 하며, 아래로는 자잘한 절도.폭력 등 잡범까지도 엄히 다스리는 무서운 법이다. 그렇다면 송두율씨는 누구인데 관대할 수가 있을 것인가. 개개인은 속아도 국법과 정부와 국민은 속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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