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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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이 약삭빠른 한양 상인들을 상대로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통쾌하고 고소하기만 하다. ‘재미있는 물 이야기’란 책에는 그 계약서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일금 4000냥이었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그 금액은 당시 황소 60마리에 해당하는 것이었단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도시의 상인들은 순박한 시골 사람들을 상대로 약삭빠르게 장삿속을 챙겼던 모양인데, 작금의 제주의 사정과 비슷하여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고 하겠다.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도 있듯이 그저 지천에 널려 있어 귀한 줄 모르는 사물을 칭할 때 흔히 ‘물’이라는 표현을 쓴다. 1980년대 초 한 한국인 기업가가 ‘Mool’(물)이라는 상품명으로 미국에서 물을 팔아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참 김선달 뺨치는 사람이 다 있구나 생각했는데, 요즘은 삼다수를 사서 마시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니 이제 가난한 사람들은 ‘물만 먹고 살’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는데, 장차 물은커녕 ‘공기만 마시고 살기’도 어려운 세상이 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숨쉬는 공기도 앞으로는 돈 내고 사 마셔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 대기보전과에서는 한라산의 맑은 공기를 용기에 담아 파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여 이미 대기업과 거래계약까지 하였다는데, 공해에 찌든 대도시의 탁한 공기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한양 상인들(?)에게 제법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아무 공기나 깡통에 담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무공해 숲속의 상큼하고도 살아 있는 나무의 향이 배어 있는 그 공기이기에 상품성이 있는 것이다. 이 소식은 이웃나라 일본의 아사히신문에도 소개되었는데, 비행기에 들고 탈 수는 없다는 지적도 곁들여 보도하고 있다. 조금 각박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산업화로 적극적으로 진행시킨 이들의 노력은 이색적이면서도 대견스럽기만 하다.
물질 문명의 급속한 발달은 천연상태의 자원을 속속들이 개발하여 인간생활을 더없이 편리하게 바꾸어 주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구는 사람이 배출한 쓰레기로 넘쳐나게 되었고, 급기야 물도 공기도 오염되지 않은 것을 구하려면 돈을 지불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다소간을 불문하고 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당위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활발한 개발의 시행에 앞서 환경 보전을 심사숙고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갖는다는 증거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제주산 돼지고기가 더 비싼 가격에도 인기가 있는 것도 기실은 청정한 환경에서 사육되므로 인체에 해로운 공해물질에 당연히 덜 오염되어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믿음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에겐 좀 안된 일이지만, 외출하고 돌아오면 저고리 깃이 까맣게 더러워지고 시커먼 가래가 생기는 오염된 생활과 비교하여, 비싼 돈 내고 마셔야 하는 물과 공기를 귀한 줄도 모르고 물 쓰듯 하며 생활하는 우리는 축복 받은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비록 개발되지 않아 당장은 불편한 점이 있을지라도 오염되지 않은 주변 환경을 소중한 것으로 인식하며 보전할 때, 어쩌면 우리 자식들은 무진장한 한라산 공기를 판 돈만으로도 넉넉하게 살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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