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客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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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기(客氣)는 쓸데없이 부리는 용기나 혈기를 이르는 말이다. 또는 자신의 지위와 명성에 도취되어 아무데서나 뽐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객기와 관련된 이야기 한토막.

맹사성은 조선 세종 때의 재상으로 고향인 온양에 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갈 때는 허름한 옷을 입고 혼자 다녔다. 맹사성이 온양에 다녀오다 비를 만나 여관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그 여관에는 마침 어떤 부호가 많은 종을 거느리고 거드름을 피우며 들어 있었다. 그 사람이 초라한 촌노인 같은 맹사성을 보고 “영감은 어디 사시는 누구요?”하고 물었다. “나는 온양 사는 맹 영감이오.” “심심하니 우리 장난이나 합시다.” “좋지요.” 그래서 공(公)자와 당(堂)자를 넣어 문답을 나누다가 헤어졌다.

알고 보니 그 부호는 벼슬을 얻기 위해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맹사성이 조정에 들어와 일을 보는데 그 부호를 녹사란 벼슬에 천거하는 서류가 올라왔다.

마음씨 좋은 맹사성은 그의 버릇없음을 탓하지 않고 그대로 서명을 했는데, 이튿날 들어온 그 사람은 맹사성을 보자 까무러칠 뻔했다.
“어떤 공?”
맹사성의 장난기 섞인 물음에 그는 물러나 엎드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죽어야 마땅하당.”

이 같은 뽐냄이나 객기로 인해 최근 한 장관이 전격 해임됐다.
스스로 ‘튀는 공무원, 설치는 공무원’으로 불렀던 최낙정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14일의 짧은 재임기간 중에 화제와 파격을 낳았다.

태풍 상황에서 대통령의 공연관람 옹호 발언에서부터 지난 1일 한국교원대에서 특강 도중 “초등학교때 선생님께 몇시간 동안 얻어맞고 다른 학교로 전학간 적이 있다”며 “학교를 다닐 때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 명도 없었다”라는 교원을 비하하는 발언에 이르기까지 잇단 돌출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당시 참석 연수생들에게 죄송하다며 큰절까지 했으니 한 나라의 장관이 이래도 되는가 하는 자조마저 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역대 단명 장관 그룹’에 이름 석자를 올려놨을 뿐 아니라 퇴임식에서조차 “해양수산부 파이팅”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며 ‘튀는 행보’를 계속했다.

염치(廉恥)를 아는 것은 인간의 가치를 높여 주는 일이다.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곧 염치다. 이 염치를 모르는 것이 파렴치(破廉恥)다. 염치 중에 으뜸은 ‘종정자개지염치(從政者皆之廉恥)’다.

남을 다스리는 자는 염치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염치없이 잇단 돌출행동을 보여준 최 전 장관의 경질은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맹사성이 다시 살아나와 최 전 장관에게 “어떤 공?”하고 물을지 모른다.
엎드려 최 전 장관이 말하길 “해임돼야 마땅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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