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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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풍요로운 가을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러나 옛 중국에서는 ‘흉노들이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로 고통스러운 시절을 말할 때 쓰던 부정적인 표현이었다. 천고마비(天高馬肥)는 원래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로 당나라 두심언의 시에 나온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런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말 안장에 의지하여 영웅의 칼을 움직이고(馬鞍雄劒動) 붓을 휘두르니 격문이 날아온다.(搖筆羽書飛)”

시는 당나라의 승전보를 전하고 있지만 변방의 흉노들이 말이 살찌는 계절을 이용해 쳐들어올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자는 뜻도 담겼다.

이후 ‘추고새마비’는 ‘추고마비’로 변했다가, 아주 좋은 가을날을 뜻하는 ‘천고마비’로 사용되고 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한국마사회가 다른 지역에는 투자규모를 늘리면서도 제주에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19일 국회 농수산식품위원회의 마사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우남 의원(민주당)이 “마사회가 계획에도 없던 예산을 쓰면서 제주투자에는 인색하다”고 추궁했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제주도에 재정부담을 요구하며 진척이 없는 제주마사박물관 건립을 들었다. 217억원을 투입하는 과천경마장 마사박물관과 비교하며 제주 투자의 무성의를 질타했다.

여기에다 화옹지구 마문화센터(106억원), 외국인 사교클럽 라운지 설치(11억원) 등 투자비교우위에서 제주가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이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이 있다.

몽고 침입이후 초지 조성을 위해 많은 산림을 불태웠던 제주의 아픈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속담이다.

‘천고마비’가 오랑캐의 침입을 경계하라는 뜻이듯, 이 속담 역시 말의 고장 제주에서는 한(恨)이 서린 사연을 담고 있다.

이 때문일까. 한국마사회의 제주홀대론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말이 살찌는 가을. 제주 투자에는 인색한 마사회의 모습이 너무 마른 것 같아 안타깝다.

<김홍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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