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山地川)의 새로운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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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우리의 주변에서 언제나 냄새로 찌들었던 공간이 36년 만에 새롭게 단장(端裝)돼 돌아온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산지천이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제주시민들 모두 생태하천이니, 생태휴식공간이니 얘기하며 새롭게 단장돼 돌아온 산지천을 품속으로 끌어안듯 하고 있다. 바람직하고 보기 좋은 일이다.
산지천은 정말 제주시 더 나아가 제주도의 명소(名所)이어야 한다. 예전에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였는데, 어느 날 골칫거리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그것은 곧 우리의 삶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애물단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옛 문헌에는 산지천을 ‘산젓내’라 하고 한자로는 ‘山底川’으로 표기했다. 그리고 설명하기를 ‘가락세미 하류로 물이 2리 쯤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그곳이 건들개(健入浦)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 얼마나 낭만이 흐르는 표현인가.
시대가 시대였던만큼 산저천은 애물단지이기는커녕 모두가 애지중지하는 보물단지와도 같았다. 산젓내에는 서민들이 앞다투며 애용하던 가락쿳물, 산짓물, 금산물 및 지장깍물 등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 모처럼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애와 함께 복원된 산지천을 산책했다. 동문시장 쪽 동문교에서 산지포 쪽 용진교까지 거리가 474m라고 하는데, 저녁을 먹고 나서 한 바퀴 돌기에는 너무나 적당한 거리였다.
복원된 구간거리는 그렇다 치고, 산지천 바닥에서 냄새가 풍겨 나오지 않으니 산책하는 데 짜증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치형 나무다리 위에 섰을 때에는 딸애가 작은 물고기가 보인다며 연거푸 비명같은 즐거운 소리를 질러댔다. 너무나 기분이 상쾌했고 딸애한테는 뿌듯하게 설명할 수 있어 좋았다.
산지천을 다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는 무려 6년이란 세월이 걸렸고, 총 사업비만도 364억여 원이 들었다 한다. 그것은 36년 동안이나 산지천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대가임이 분명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산지천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은 제주시뿐만 아니라 제주시민 아니 제주도민 모두였다. 그러기에 6년이란 복원기간은 그리 긴 시간도 아니며 364억원이란 복원 공사비도 그다지 비싼 편은 아니다. 말하자면 6년이란 세월은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데 걸린 교육기간이었고, 364억원이란 예산은 자연한테 지불한 교육비였던 셈이다.
이제 우리 모두 자연의 섭리로부터 큰 교훈과 감명을 얻었다. 산지천에 푸른 시냇물이 흐르지 못하면 물이 썩고, 썩은 물에는 물고기가 놀 리 만무하며 텃새들이 기웃거릴 일이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터득한 것이다.
그런데도 다시 이상한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 한편으론 마음 한 구석이 씁쓸했다. 곱게 가꾼 화단에는 여기저기에 종이 쓰레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강물에는 여러 개의 캔과 신문 쪽지 등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돌다리와 나무다리에도 호기심 많은 어린 낙서애호가들이 발동을 건 흔적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앞으로 음악분수는 산지천 변의 또 다른 명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분수구역 안에서 물줄기를 맞으며 마냥 뛰노는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정말 몰랐다.
어떻든 산지천은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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