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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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날아다니는 유일한 젖먹이 동물이다. 이솝우화에서 박쥐는 새와 짐승이 전쟁하는 동안에 새 쪽이 유리할 때는 새 편에 붙고, 짐승 쪽이 유리할 때는 짐승 편에 붙었다가 평화가 오자 모두에게서 배척당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요즘도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가 자기에게 유리한 편에 붙는 사람을 빗대어 ‘박쥐’라 하기도 한다.
어느 곳이든 무리에 끼어 살려면 좋은 일과 궂은 일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무리 가운데 어느 한 쪽은 좋은 것만을 누리고, 다른 쪽은 궂은 일만 도맡는다면 정의(正義)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공동체에서든 혜택과 권리만 누리고 책임과 의무를 고의적으로 회피하려는 행위는 가장 큰 범죄이다.
요즘은 국제화 시대가 되다 보니까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도 많이 흐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좀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 외국으로 이민을 가고 있다. 국토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은 우리로서는 각자의 행복을 찾아 세계 각지로 떠나는 것은 흠잡을 일이 아니고 환영할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국적을 가질 수 있고 일단 취득한 국적은 함부로 박탈당하지 않으며, 일정한 경우에는 국적을 변경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나라에 충성하고,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요 몇 년 사이에 유명 연예인과 이른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이중국적 문제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국적에 따르는 혈통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자국의 영토에서 출생한 모든 사람들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출생지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부모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이는 대한민국과 미국 국적을 함께 가질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하여 일부 계층에서는 미국 시민권을 얻으려고 원정 출산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미성년자들에겐 국가에 대한 의무는 거의 없고, 혜택은 많다. 특히 미국의 경우 시민권자들은 교육을 받는 동안에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성인이 되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중국적자들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다른 하나의 국적은 포기해야 한다.
대한민국 성인 남자에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병역 의무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병역 의무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중국적자들 가운데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혜택을 누리면서도 국민으로서의 의무인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행위는 이솝우화 속의 박쥐처럼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면 적어도 국가에 대한 기본 의무는 다해야 한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대통령, 총리, 장관 등이 되겠다는 당사자나 그 가족들이 그동안 이중국적을 유지하면서 국민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소홀히 해 왔다면 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공동체의 정의보다 사사로운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이들은 지도자로서는 자격 미달이라는 걸 그들 스스로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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