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던 대로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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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두고 열심히 살아온 것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젊었을 때 나는 무엇인가에 쫓기듯 세상을 살아왔던 것 같다.
강사의 신분으로 난생 처음 강단에 섰던 첫날, 단 한 시간의 강의를 위하여 꽤 많은 시간을 준비한 것으로도 부족해 거울 앞에 서서 혼자 연습까지 해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한결 여유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의지가 없다고 말해야 할까? 별로 긴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매번 마음 속으로는 이번 학기는 매주 한 권씩의 책을 읽고 그 책 속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알량한 논문이나 책 때문에 마음대로 시간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에 연연해 하지 않고 쉽게 포기해버리지만 그럭저럭 강의는 하고 있다.
나는 별로 건강하게 태어나지를 못하여, 이미 대학시절부터 아침이면 달리기를 하곤 했다. 참으로 규칙적이었는데, 항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구간을 달리되 맨 처음 시작할 때보다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는 방식이었다.
지금도 간혹 달리거나, 수영을 하거나, 테니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정해진 시간도 정해진 장소도 없다. 아무 때나 생각나면 나선다. 밤 12시께에도 심지어는 비오는 날도 뛴다. 그리고 항상 차 뒤에는 테니스용품, 더군다나 할 줄도 모르는 골프채까지 넣어 가지고 다닌다.
내가 만약 건강하여 술을 많이 마실 수 있었다면 연구라는 구실로 거부할 이유가 없다. 내가 만약 영화를 좋아했다면 교수라는 이유로 거부할 이유가 없다. 무엇이든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그저 놓아둘 뿐이다. 이제 나는 자고 싶으면 자고, 뛰고 싶으면 뛰고, 그 외에는 앉아서 책을 볼 뿐이다.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다. 달리 재주가 없어서 그냥 책상에서 시간을 보낼 뿐이다. 그러나 한 학기를 마치고 돌아보면 무엇에 쫓기듯 살 때보다 더욱 알차게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다.
평소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는 외부 사물의 실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한다. 그리고 우리는 강요된 생각을 고집하기 때문에 행동한다.
나는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새끼줄을 보고 뱀인 줄 알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평소 해양성 기후인 이 땅에는 뱀이 많다고 생각해 왔고 실제로 길 한복판에 죽어있는 뱀을 보곤 했으니 나의 머리 속에 이미 새끼줄을 뱀으로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입력되어 있었을 것이다. 아마 평소에 염주(목걸이, 빨래줄)를 자주 보던 사람은 염주(목걸이, 빨래줄)로 인식했을 것이다.
교육자에게 가장 친숙한 언어는 교육이고, 법조인에게 가장 친숙한 언어는 법이며, 정치인에게 가장 친숙한 언어는 정치이다. 교육자나 법조인이나 정치인은 각각 그들에게 친숙한 언어가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 진실만을 이야기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교육자가 거짓을 일삼으면 과연 교육이될까?
잘난 사람들은 말들도 많다. 자식이 군 복무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느니, 땅 투기를 했다느니, 이중국적이 어떻다느니, 원정출산을 했다느니….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마는 그렇다고 그것을 추궁하는 사람들도 떳떳한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과연 그들은 무엇 때문에 대통령이나 총리나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가.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길 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젊은 시절 목표를 세워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이제 나이가 들었으면 욕심을 버리고 자기의 능력대로 그저 사는 것도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떳떳하지 못하면 감추고나 살지, 그냥 그대로 학계에 있었으면 존경받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그냥 그렇게 법조계에 있었으면 존경받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이것저것 까발려 욕을 먹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냥 살던 대로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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