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서해교전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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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발생한 남북해군 함정 교전 사태는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리 국민의 기대를 꺾어놓았을 뿐 아니라, 그간 지속되어온 햇볕정책의 성과에 대해 의문을 남기며 남북관계 전반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한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북한 군부 내 강경파에 의한 3년 전 연
평도 해전의 복수, 꽃게잡이 어업권의 확보, 한국의 월드컵 성공 개최와 탈북자 속출에 따른 북한 내부의 동요 방지 등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은 7월 중순으로 예정된 북미대화를 겨냥한 북한의 의도일 것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부시 행정부는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7월 둘째 주 평양에 파견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18개월째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북미대화에서 부시 행정부가 강조해온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테러리즘 근절이라는 껄끄러운 의제를 중점으로 다루기보다는 다른 의제로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고려된다. 결국 북한은 이번 서해도발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쟁점으로 부각시킴으로써 대량살상
무기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피하는 한편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군사적 활동범위도 넓히는 동시에 이 일대 어업권 획득이라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복합적인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서해교전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해교전은 과거의 경우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1999년 연평해전 때에도 남북관계가 경색되었지만 이를 1년 뒤 6.15 남북 정상회담으로 극복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사태도 적절히 대응할 경우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3년 전 연평해전은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발생한 상황이므로 남북 정상 간 6.15선언 이후 발생한 이번 사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즉,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다짐한 상황에서 북한군의 일방적 포격으로 교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남북관계에 관한 정책기조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자체를 중단하는 조치는 대내외적 영향을 고려할 때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군사분야에 대한 긴밀한 협력 없이 추진되어온 민간차원의 교류협력만으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의 이상을 실현시키기에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남북 당국자 간 대화에서 군사분야를 제외하자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군사적 신뢰 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 당국자 간 대화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거나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후퇴되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보 군사적 대처와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사업을 분리하여 대응하겠다는 안일한 대책은 신중히 재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성과를 고려하여 햇볕정책의 정책적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 할지라도, 군사적 분야에서의 대화와 협력이 부재하여 국민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차원의 협력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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