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6월 바람
잊을 수 없는 6월 바람
  • 신승행
  • 승인 200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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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 마음을 부풀게 했던 월드컵축구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3인의 태극전사들은 여한이 없을 정도로 잘 싸웠고 그 땀과 투혼으로 우리 민족의 저력을 세계 만방에 떨친 것이다. 열광과 감동의 ‘대~한민국’을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감격의 역사를 선물한 것이다. 32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축구대회의 우리 소원은 다만 16강이 전부였는데 16강을 넘어 8강, 다시 8강을 넘어 우리는 드디어 4강이라는 유래 없는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한밭에서, 빛고을에서 그리고 달구벌에서 “오~필승 코리아” 그 열망 그 함성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유사 이래 없었던 이러한 신화는 결국 23인의 태극전사들과 붉은 악마, 그리고 전국민이 함께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왕이면 준결승을 치르기 전 ‘이제는 요코하마로…’ 이렇게 열망했지만 그 꿈은 그대로 접어야만 했다.
“이제는 꿈을 접겠습니다….” 이는 6.13 지방선거 결과 발표 후 어느 후보가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말이다.
때문에 우리는 6.13 선거 그 낙수(落穗) 바람들을 또한 만나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격돌의 현장에서는 허위사실 유포.고발, 인신공격.물증 공세, 공약 난발.멋대로, 차마 헤아릴 수 없는 계책들로 우리 도민들을 우롱하였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자존심까지 버리면서 초상집 똥개가 되기도 했고, 술집이나 식당에서는 때 아닌 풍년이 들어 갈비와 소주로 흥청대고 있었다고들 하니 얼마나 한심스러운 정황들인가. 문제는 우리 도민들의 의식도 그렇지만 선거 풍토는 되려 1960.1970년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들이고 보면 큰 걱정이다. 제주의 비전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고 있다는 말인가? 매우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우리에게 6월은 잊을 수 없는 달이다. 현충일, 6.25, 6.13 지방선거, 한 달 내내 지속되었던 월드컵 축구 그 열망, 이러한 것들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치 않았던 돌풍이 또 지나갔다. 바로 6월 29일 서해안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 경비정 선제포격 도발사건이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자초한 것이다. 3년 전 연평해전이 있은 후에 벌어진 심상치 않는 접전이었다. 햇볕정책은 무엇이며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4명의 전사자, 1명은 실종, 20여 명의 부상자와 고속정 1척 침몰, 그 유족들의 오열과 통탄 그 슬픔을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 이는 이렇게 승자와 패자를 가늠하는 시점에서 발생한 것들이어서 심상치 않는 터부(taboo)가 있어 보인다. 흥분, 감동, 통탄 어쩌면 태풍처럼 회오리 치던 그러한 6월 바람이기도 했고, 아니면 한여름에 온 몸을 쥐어짜던 무더위 속의 바람이 되기도 했다.
그러한 6월 바람이 지나간 것이다.
이제 6월을 읽는 바람은 공원에서도 일고 있다. 공원에 있는 돌의자에 잠시 몸을 맡겼다. 너절하게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긴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척에는 한 생활정보지가 가련하리만큼 헐떡거리고 있었다. 어느 젊은이의 따분한 사정이 술렁대는 것이다. 실연 아니면 어떤 실업자의 넋두리일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것은 마음에 이는 보이지 않는 큰바람인 것이다. 물이 지났던 길에는 계곡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바람이 지났던 길은 세월을 읽는 주름들로 가득하여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6월은 결국 월드컵 열기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고독한 혼의 소리로 바람을 일게 하는 잊을 수 없는 달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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