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과 육류에서 근육색의 진수
생선과 육류에서 근육색의 진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음식을 먹는 것은 과학을 먹는 것이다.” 철(Fe) 성분이 함유된 한 가지 음식을 섭취하는 것에도 과학이 호흡하고 있다. 과학이 과거, 현재, 미래의 삶을 연속체 및 공동체로 아우르면서 어제는 오늘의 삶, 오늘은 내일의 삶을 잉태시켰다.

두뇌에 철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정신발달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혈이 있는 유아나 어린이들이 정신적·사고력 발달이 늦은 이유도 뇌에 철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고 보면 애들이 제법 의젓해지면 ‘철이 들었다’는 말을 쓴 우리 선조들은 정말로 철이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을까!

음식문화의 과학적 실뿌리 한 개를 되씹어 보면, 물고기와 육상동물의 내면세계가 너무 흥미롭다. 물고기의 근육은 다른 동물의 것처럼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 즉, 물고기의 근섬유는 육상동물의 것과 상이하다. 물고기는 적으로부터 재빨리 도망칠 때 순발력을 주무기로 이용하지만, 육상동물에게는 지구력이 중요하다.

육상동물은 길고 느리게 수축하는 근섬유를 가지고 있다. 물고기의 경우는 순간적으로 수축하는 근섬유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짧고 가늘어서 끊어지기가 쉽다. 즉, 물고기는 회를 쳐서 먹어도 좋을 만큼 부드럽지만 쇠고기로 육회를 만들려면 가늘게 썰어야 한다. 환언하면, 생선살은 거의 순수한 근육이며, 오래 익혀야 연하게 되는 질긴 조직이 없다.

또한, 철이온이 결합되어 있는 물질들의 고상한 장난 때문에 동물의 신비계가 정말 경이롭다. 그 중에 미오글로빈(myoglobin) 때문에 시각적·미각적 측면에서 근육의 다양한 색을 맛볼 수 있다.

육상동물의 고기는 대체로 붉은데 생선의 살은 흰색인 이유는 무엇일까? 생선의 살이 흰색인 것은 물고기의 근육 활동이 육상동물과 다르기 때문이다. 순발력이 뛰어난 물고기의 근섬유는 잠깐씩만 쓰이기 때문에 산소를 많이 저장해 둘 필요가 없다. 육상동물의 것은 중력 및 지구력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산소를 많이 저장해야 된다.

미오글로빈이라는 화학물질은 근육 자체 내에 산소를 저장하는 단백질로서 근육이 갑작스럽게 운동할 때 필요한 산소를 즉석에서 공급한다. 이 물질은 붉은 색을 띤 철 화합물로 공기나 열에 노출되면 밤색으로 변한다.

이 미오글로빈의 함량은 동물마다 상이하며, 이것은 운동시에 필요로 하는 산소의 양이 동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물고기 순으로 미오글로빈을 적게 함유하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붉은 색이 도는 육상동물의 고기와 달리 흰색을 띤 생선회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유익한 과학적 결과로 ‘붉은 색을 띤 육류에는 적포도주, 흰색을 띤 생선류에는 백포도주’라는 음식궁합에서 유유상종의 과학적 관록을 되씹게 된다. 과학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삶과 하나이다. 과학은 등질 대상이 아니고, 등에 업힐 대상이다.<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