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칠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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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이전까지 서귀포는 그저 보잘것없는 촌락에 불과했다. 그러던 ‘서귀포’가 국내에 널리 알려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다. 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씨가 노래한 ‘서귀포칠십리’가 인기를 누리면서다. “바닷물이 철썩철썩 파도치는 서귀포/ 진주 캐는 아가씨는 어데로 갔나/ 휘파람도 그리워라, 쌍돛대도 그리워/ 서귀포칠십리에 물새가 운다.”

이 노랫말에는 향수와 애틋한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지만, 원래 서귀포칠십리는 거리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숙종 때 김성구가 정의현감으로 있으면서 기록한 ‘남천록(南遷錄)에서 ’서귀포칠십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현에서 의귀까지는 30리이며, 서귀포까지는 40리가 된다. 도로는 바닷가로 뚫려 있어서 험하지 않으나 70리 길을 지나오는 동안에 의귀와 우둔(효돈)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없고, 거친 새들만 들판 가득 끝이 없어 보였다. 북으로는 한라산이, 남으로는 바다가 수평선까지 이어져 있고 가끔씩 수백 마리의 소말 떼가 풀을 뜯으며 지나가니,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것 같이 아름답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서귀포칠십리는 단순 거리의 개념을 뛰어넘어 보다 발전된 이미지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사람에 따라 ‘칠십리’를 ‘마음속의 이상향’으로, ‘아름다움과 신비경의 도시로’로,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이어도’ 등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사람마다 서귀포칠십리의 개념을 삶의 동경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서귀포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행사와 축제 등의 이름에 ‘칠십리’가 붙여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해로 열다섯 번째 맞는 서귀포 칠십리축제가 내일(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천지연광장 및 시내 일원에서 개최된다. 신종플루 영향으로 서귀포의 비경인 신비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행사가 취소되는 등 예년에 비해 축소돼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칠십리의 이미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김성구가 묘사한 거리개념의 옛 칠십리길을, 거의 유사한 코스인 올레에서, 범섬과 문섬 등을 관광의 명물인 새연교에서 체험·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축제에 참가해 칠십리의 이미지 개념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싶다.

<송용관 남부지사장 겸 남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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