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항변
아빠의 항변
  • 안재철
  • 승인 200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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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수의 자식으로 태어나 교수가 되었으며, 성장하여서는 교수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신도 교사가 된 아내와 결혼하였으니 나의 딸들은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모두 교육자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듯이, 나와 나의 아내 또한 남보다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남보다 못나지도 않으며 평범한 가운데 적은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의 자식도 평범하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낫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살아온 환경의 영향일까? 나는 평소 내 딸들이 신사임당과 같이 현모양처가 되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딸아이가 그러한 길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고 생각할 때에는 딸아이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매를 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왔다.
큰아이가 서너 살 되던 해, 당시 나는 시간강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 나가 놀아줄 만한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었던 때였다. 어느 날 집에 찾아온 친구는 본인에게 “재철아! 딸을 잘못 키웠구나. 애가 고집이 세구나”하였다. 그날 이후 나는 또 한 번 고집을 부리면 그 고집을 꺾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곧 훗날 남편에게 사랑받는 길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얼마 후 딸아이는 똑같은 행동을 하였으며 나는 계획한 대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였으며, 그것으로 인하여 한동안 나를 거부하던 딸을 보면서, 나는 “야! 안재철, 너는 무슨 자격으로 아이를 때렸느냐? 네가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 나가 함께 놀아준 적이 있더냐? 이제 와서 아버지라고 자식을 때리다니…”, “애야! 아빠를 용서해 다오. 오늘 내가 너를 때린 이유를 네가 시집가는 날 말하여 주마…”라고 생각하면서 놀이터에 나가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남과 다른 교육을 받아 홀로 특별한 사람은 결국 불행해질 확률이 높다. 평범한 보통사람과 어울려 살 수 없으므로 불행하고, 언제까지나 그 특별한 것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몰라도 특별한 자리에서 떨어지는 날이 오면 그날로 불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 남과 똑같이 교육을 받되 그 중에서 남들보다 성적이 약간 높기만을 바란다. 이러한 아빠의 교육관 탓이었을까 딸아이는 평범한 아이로 잘 자라주었는데, 중학생이 되더니,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한 거야?”라고 말하는 등, 아빠에게 불만이 많다. 아이는 무엇인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아직 딸아이가 어려서 아빠의 말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것으로 배를 건조하면 가라앉아버리고, 관을 만들면 곧바로 썩어버리며, 기둥을 만들면 벌레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쓸모가 없는 나무는 사람의 손을 피하여 커다랗게 자랄 수 있고, 반대로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면서 작은 동물들을 노리는 족제비는 동서남북과 높고 낮은 곳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지만 결국은 덫에 걸려 최후를 맞는다.
내가 처할 지위도 아닌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지위를 탐내거나 능력도 없는 주제에 능력을 가장하고 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남들이 가지 않는 평범하지 않은 곳(감옥 등)도 가게 된다.
부모의 권력으로 말미암아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일을 하게 되어 감옥에 가는 왕자님들을 바라보면서, 또한 본인이나 부모의 권력을 이용하여 쥐새끼같이 국민의 의무를 피하여 사회의 지탄을 받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의 자식에게 ‘권력도 돈도 없는 거지인 부모 덕에 세상의 지탄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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