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가족중심주의의 명암(明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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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많은 외국인들은 월드컵을 개최한 축구의 나라로 한국을 기억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부수 효과도 클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 이미지가 한층 좋아질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세계 속 한국의 이미지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한국 하면 김치와 깍두기가 우선 떠오른다는 이웃나라 일본의 야속함은 그렇다치고, 서양에 비치는 한국의 이미지 또한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중 하나가 고아가 많다는 점이다. 전쟁 직후나 가난하던 시절에는 그렇다치고, 살 만큼 산다는 요즘에도 여전히 버려진 아이가 많다는 사실에 외국인들은 의아스러워한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의 수가 15만명에 이른다. 1988년 한 해에 6463명이 국외로 입양되었고, 근래에도 연간 2500명 정도가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을 입양하는 나라는 주로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입양아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외국인의 도움 없이는 버려진 아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특히 버려진 장애아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광복 이후 지금까지 버려진 장애아의 수가 3300여 명에 달하는데, 이중 0.5%(170명)만 국내에서 입양되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 입양되었다.
전체 입양아의 85%가 미혼부모의 자녀이고 보면, 버려진 아이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유달리 해외 입양을 많이 시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일까? 의문의 여지도 없이 자기 혈통만을 중시하는 우리의 가족중심주의 때문이다. 혈통, 그것도 부모의 혈통을 함께 나눠야만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순혈주의가 입양이라는 개념 자체를 낯설게 만든다. 이런 가족관은 가정의 개념까지 지배하여 갖가지 부작용을 초
래하고 있다.
오로지 내 핏줄만 제일이고 잘되면 된다는 순혈이기주의는 정치, 경제, 교육, 사회, 심지어 종교에까지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개인의 자존보다 가문의 명예를 중시하는 출세 지상주의,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겠다는 세습주의, 남의 자식보다 앞서야 한다는 상대적 경쟁주의, 타인에 대한 배려 상실 등 우리 사회의 고질병적 폐단의 이면에는 바로 가족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연이어 구속되는 세계적 기이 현상도 우리나라 특유의 가족중심주의 때문이다. 심지어 근래에 일부 대형 교회에서 시도된 목회직의 대물림 현상은 우리 가족이기주의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설명해 준다.
실존적 자아를 찾기 위해 가족과 가정을 등지고 오로지 자신만의 유아독존적 삶의 의미를 찾는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가족 또는 가정의 붕괴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반면 자기의 핏줄만을 중시하여 개인의 자존보다 가문의 명예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문화 풍토에서는 개인의 자아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다. 그러나 가족공동체 역시 구성원 각자의 자존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어야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가족공동체가 아무리 소
중하다 해도 인간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우선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 사회도 순혈적 가족의 개념보다 양육, 교육, 사랑의 보금자리로서 가정문화를 가꾸는, 그래서 가족 사랑, 이웃 사랑, 만물 사랑으로 이어지는 확장적 윤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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