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브랜드와 월드컵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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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이 대한민국과 월드컵 개최도시를 홍보한 효과가 막대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팀이 4강까지 진출하였으니 더욱 그러하다. 예컨대, 월드컵을 통한 국가브랜드 홍보효과는 약 7조7000억원, 기업 홍보효과는 약 14조76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이 아닌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전 세계 네티즌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가 한국을 잘 안다고 응답했다. 이는 월드컵 이전의 한국 인지도 43%에 비하면 31%포인트가 높아진 것으로 그 성과가 얼마나 컸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월드컵 개최도시인 서귀포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 조사에서 서귀포시에 대한 외국인의 인지도는 5%에 불과하였다. 다만 중국어권의 서귀포 인지도는 12%로 나타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경제연구소와 언론에서 발표한 월드컵 홍보효과를 받아들이는 데 약간의 문제가 있다. 사실 월드컵 개최도시로서 브랜드 노출을 한 후 수일내에 정확한 홍보효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자 자신도 순간적으로는 그 브랜드를 안다고 또는 좋아한다고 평가하겠지만 과연 그 효과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소비자 연구에서는 “소비자는 인식과 행동 사이에 많은 불일치를 보인다”고 한다. 머리 속에 잠깐 떠오른 새로운 생각이 늘 하던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란 한 제품에 브랜드를 붙임으로써 추가되는 가치나 증가된 소비자의 선호도를 말한다.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연상이 브랜드 자산을 구성한다. 제주도를 찾는 해외 관광객을 늘리려면 제주도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과 함께 호의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홍보해야 한다.
하이네캔은 1985년 1300만 달러의 광고예산을 1987년 290만 달러로 삭감하였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이 38%에서 23%까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삼성 애니콜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도 삼성은 지속적으로 광고를 내보낸다.
제주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단 한 번의 월드컵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주도가 국제스포츠대회를 지속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닛산은 ‘인피니티’라는 자동차 광고에서 실제 제품은 보이지 않고 새와 호수 등의 자연경치만을 보여주었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 광고는 인피니티의 인지도를 9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판매는 부진하였다. 인피니티를 사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브랜드 인지도는 구매에 이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제주도가 다른 관광지보다 왜 좋은지 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자일리톨 껌은 ‘자기 전에 씹는 껌’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여 월 매출액이 90억 원을 넘는다. 자일리톨 껌처럼 제주도를 알리는 슬로건은 간결하고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되어야 한다.
제주도라는 브랜드 자산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일관된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형성된 제주도 브랜드 자산은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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