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체' 확립한 반세기 서예외길 첫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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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곬 현병찬 선생 첫 개인전 서울, 제주서...전통문화 향기 물씬
▲ 현병찬 선생.

현병찬 선생이 붓을 잡은 지 어언 반세기다. 평생 교단에서 후학을 가르쳤던 그는, 다른 한편으로 애오라지 한글서예에 정진해온 터이니 그게 벌써 50년이다.

현 선생은 아호인 ‘한곬’에 걸맞게 외골수의 집념으로 붓과의 씨름에 투신, 한글서예계에 큰 족적을 남겨왔다. 1992년엔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대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고,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글서예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2003년 퇴임 후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입주, ‘먹글이 있는 집’이란 택호를 걸고 붓과의 대면을 확장해온 그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터줏대감이 된 지 오래다.

현 선생의 대표서체는 ‘파도체’. 판본체에 힘을 실어 파도를 연상시키는 그만의 특화서체다. 그의 글에서 적절한 파워가 실린 균형미와 묵직하고도 세련된 남성미가 감지되는 진앙이다.

“저멀리 수평선 너머 찬란한 도원이 있어 꿈이 이뤄지리란 희망을 잉태한 제주의 바다에서 용틀임치는 파도는 생동감 넘치는 글을 쓰라고 과제를 부여하는 듯하다”는, 당사자의 ‘파도획’을 연구하게 된 배경 설명이다.

또 하나, ‘글씨의 형상화’도 반세기에 걸쳐 내공을 쌓아온 현 선생의 서예술세계를 뚜렷하게 차별화하는 대목이다. 가령 산이나 길이란 그의 글씨는 글자 자체가 이미 산이나 길의 형상을 띠고 있다. 보는 눈길은 글을 미처 읽기도 전에 ‘산’과 ‘길’이란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그럼에도, 현 선생은 인서구노(人書俱老.나이가 듦에 따라 글씨가 한층 정묘해진다)의 경지와는 멀다고 몸을 낮춘다. 그리 겸손이 체화된 그가 올해 고희를 기념해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심전경작(心田耕作) 자세로 고군분투해 왔다. 1만8000여 신들이 사는 ‘신의 고향’이요 삼다와 삼무의 섬인 제주의 민속문화 중 일부라도 시각화된 서예로 남기는 게 좋겠다는 주변권유와 함께 부족하나마 지나온 세월의 발자취를 남기려고 전시를 열게 됐다”는 그의 변이다.

▲ 현병찬 作 '해녀노래'.
제명하여 ‘삼무의 필묵’전. 제주를 삼다(三多)와 삼무(三無)의 섬이라고 일컫는데 삼다는 많아서 좋은 현상은 못 되고 삼무의 경우 없어 좋은 점을 자랑함이니, 표제로 명명했다고.

전시회는 모두 두 차례 열린다. 1차 전시는 오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백악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리고, 11월 25일부터 30일까지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2차 전시가 마련된다.

전시작은 80점 가량으로 제주민요와 속담, 제주어시를 비롯해 제주를 알리는 아름다운 시와 명언명구, 금석에 새긴 글씨 등이 현 선생 만의 독특한 한글서체로 휘지된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대작도 여럿 선보이는데 14곡병 ‘한라산 장관 편’의 경우 폭이 무려 16m에 달한다.

한편 이번 전시 도록은 한곬 선생 제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모아 제작, 스승에게 봉정했다.

문의 011-691-1982.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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