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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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만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를 보면 안다/ 누구나 한 생애를 건너/ 뜨거운 피를 맑게 승화시키면 마침내/ 꽃이 되는 법.”

원로시인 오세영의 시 설화(雪花)의 한 대목이다.

그가 말한 대로 “뜨거운 피를 맑게 승화시켜” 자신의 인생을 아름다운 꽃으로 피워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주위를 보면 더러는 그런 인생 꽃을 피워낸 인물들이 없지 않아 사람들이 흠모하고 존경하며, 부러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살이 롤 모델로 삼기도 한다.

▲사람이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데에는 세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무엇보다 자기가 하는 일(직업)을 좋아해야 하고, 그 일을 너무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고, 그 일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생각할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면, 인생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말 할만하다.

그러나 말이 쉽지, 현실은 어디 그런가.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기는커녕 힘겨운 밥벌이에 모두가 지겨워한다.

더구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현실에서 어떤 직업인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신적인 중압감으로 이중삼중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일을 꿈꾸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고 내 길을 찾겠다고 발버둥을 친다.

뜨겁던 피는 식어가는 데 불안해하면서 더 더욱 인생 꽃을 꿈꾸고 갈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바람이 불면 가끔 우리 왜 사는지, 인생의 진정한 기쁨은 무엇인지, 제가 제 눈에 콩깍지를 씌워 주위에 무심하게 버려둔 일은 없는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런 틀에 구속된 인생의 포로인지 모른다.

꽃은 봄에만 피지 않고 설화처럼 한 겨울에도 핀다.

그래서 하는 말이 사는 데는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라고 한다.

인생은 예외 없는 포물선이라고.

높이와 형태가 다를 뿐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포물선 꼭짓점은 뒤에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올라가는 데 시간이 길고 힘겹겠지만 일찍 꼭짓점에 섰다가 내려가는 길이 지루하게 긴 것보다 분명히 나을 테니까.

<부영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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