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알고 싶었다
학부모들은 알고 싶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전국 고교별 수능 성적 자료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학교별 수능점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린적이 없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자물쇠로 굳게 채워졌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자 상자 안에 있던 재난, 신경통, 질투.원한 등과 같은 인간에게 몹쓸 것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것처럼 수능 성적 자료 공개는 교육계와 학부모 사회는 물론 정치권과 언론계를 강타했다.


교육계는 학교 간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과 학교 간 서열화를 부추기고 고교 등급제로 악용될 것이라는 반박이 맞서고 있다.

정치권도 찬.반이 팽팽하다.

야권은 수능성적 공개로 대한민국의 모든 고교를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기게됐다며 성토하고 있으며 공개 당사자인 여당 의원은 고교생들의 학력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격차해소를 위한 여론이 형성되고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주장하고 있다.

상위권을 싹쓸이한 외국어고는 유탄을 맞고 교육계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수월성 교육을 강조해온 여당의 국회의원은 외고를 ‘마녀’로 규정해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뭉개고 있다.

언론도 공개측과 비공개측으로 나눠 교육계나 정치권의 주장하는 내용을 되풀이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교에도 큰 파장을 안겼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 순위에 따라 만족과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의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9월 시.군.구별로 수능 성적 자료를 내놓았으나 공개 내용이 워낙 두루뭉술하게 나오면서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혼선을 줬다.

학교정보공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의 시설이나 급식, 대학진학상황 등을 알리는 정도이다.


사실 학부모들이나 일반인들이 그동안 명문고를 판단하는 잣대는 고교 정문이나 홈페이지에 등재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대학’과 의대 등 명문학과 합격자 수가 전부였다.

백문불여일견(百聞義不如一見)이라고 할까. 학부모들은 수능 성적 공개를 통해 학교 내부를 들여다 보자 우수학생에게 가려졌던 중.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관심도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게 됐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소속 학교의 수준과 다른 학교의 성적을 알게 됐다.


하지만 성적 공개에 따른 부작용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공개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학교 서열화에 따른 학교간 무한 과열경쟁 초래, 사교육 조장, 고교 교육의 입시 위주로 파행 운영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를 고대했던 학부모들의 걱정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 공개된 학교별 순위는 보통학생들이 입학해 우수한 성적을 보인 학교나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에 대한 고려 없이 결과만 가지고 줄을 세웠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번 학교별 수능성적 공개가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던 사실이 알려진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해석해선 안된다.

학력차에는 개인별, 학교별, 지역별, 계층별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런 이유로 기대에 못미친 학교에 대해 학교만의 책임으로 물어서는 안된다.

또 학력 우수학교에 대해 학교장이 리더십이나 교사들의 열정을 도외시한 채 우수학생들이 몰려든 ‘입학생 효과’를 봤다고 평가절하해서도 안된다.


그동안 금기였던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때 상자 속에 있는 것들은 거의가 흩어졌지만 다행히 상자안에 ‘희망’은 남아 있었다.

인간들이 온갖 어려움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다 이 때문이라고 한다.

수능 성적 공개는 갑론을박의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교 격차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을 한 후 이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와 학생,학부모들이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동수 교육체육부장>esook@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