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바람은 부는데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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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밀라노를 만들고, 밀라노는 안개를 만든다’라고 이탈리아 밀라노 태생의 작가 알다 매리니는 읊었다. 그렇다면 제주를 위해 누가 이렇게 읊어줄 사람은 없는가. ‘바람이 제주를 만들고, 제주는 바람을 만든다. 그 바람은 바로 평화의 바람’이라고.

이 가을에 평화의 기운이 온통 제주도를 감싸고 있다. 맑디맑은 가을 하늘 아래 제주 전역이 평화의 바람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평화의 바람은 예부터 있어왔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평화의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왜 오는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모르고 살아왔을 뿐이다.

사실 제주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평화 그 자체였다. 어머니 품 같은 한라산과 누이 젖가슴같이 평화로운 오름들, 부지런하고 인심 좋은 사람들, 그리고 서로 돕고 사는 ‘수눌음 문화’는 제주의 상징이었다. 이렇듯 제주의 자연과 거기서 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문화가 바로 평화 그 자체이자 제주의 의미였다.

평화는 약자의 것이지만 강자는 그것을 유린하는 쪽이었다. 제주 평화 역시 강자에 의해 깨지고 고난을 당했다. 섬의 역사가 대부분 그렇지만 제주도의 역사는 더욱 모질고 거칠었다.

그래도 나눔을 베풀고 더불어 사는 제주도의 풍습이 오래도록 보존되어 온 까닭은 제주인의 강인한 정신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고 보면 평화는 언제나 약자가 느끼고 가꾸며 간직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부 기압골에 의해 바람이 태생되듯 평화도 국제적 정세에 의해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제주인들이 ‘평화’라는 화두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탈냉전화라는 거대한 국제정세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1991년 한.소 정상회담의 ‘고르비호’를 시작으로 한.미 정상회담의 ‘클린턴호’ 등 메가톤급 평화의 바람들이 제주를 스쳐갔다.
이번에는 ‘민족평화축전호’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잔칫바람의 시작과 끝이 어디까지인지, 어떤 의미로 발전할 것인지를 두고 궁금해 하지 말자. 무릇 역사는 과정이 중요한 것, 그래서 평화는 만나는 것, 만나서 악수로 시작하는 것, 그래서 한라산 성화와 백두산 성화가 합쳐져 그 빛이 제주평화로 올려지는 것. 하니 그 이상의 의미를 염두에 두지 말자.

다만 형식이 내용을 만들어가듯 우리는 평화의 섬 주민으로서 평화의 의미를 채울 수 있는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 평화의 섬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제주도가 왜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마땅한 근거가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역사적 측면이든 지정학적 측면이든, 혹은 자연환경적 측면이든 문화적 측면이든, 평화의 섬 당위성에 대한 설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 과제이자 미래의 대안이다

이달 30일부터 ‘제2회 제주평화포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제주평화포럼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역내 지도자들의 논의의 장이며, 이를 통해 제주도가 명실공히 평화의 섬으로 자리잡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이번 포럼은 ‘동북아 허브 국가’ 구상과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동북아의 평화 공동체 건설을 위한 핵심 정책의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념적 편린들과 문화적 흔적들, 그리고 평화에 대한 도민들의 갈망들을 통합하여 학술적.외교적으로 공론화하고 다듬어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평화포럼은 이런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열리는 제주평화포럼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으며, 그에 상응하는 도민의 참여와 격려가 요망된다. 평화는 만들고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평화는 ‘외톨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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