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통화정책의 ‘신의 손’이었던 그가 저서 ‘격동의 시대’에서 털어놓은 경험담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그는 지구촌의 잇따른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매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럭저럭 버텨내거나 기도하는 게 고작이었다”고 했다.
▲그린스펀이 살았던 ‘격동의 시대’는 과거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된 현재진행형이다. 혼란과 무질서가 팽배한 오늘,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 곁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 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이론 가운데 근래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이 ‘카오틱스(Chaotics) 경영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제안자는 마케팅 분야 1인자로 꼽히는 필립 코틀러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세 가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는 위기를 측정, 예고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이고, 두 번째는 예측 가능한 위기상황별로 시나리오를 구성해 실행 순서를 정하는 시스템이고, 세 번째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즉, 조기경보-시나리오 구성-신속 대응의 순서로 위기상황을 기회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코틀러는 이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할 수만 있다면 불황을 오히려 반기며, 사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런 기업이 성장한다.
▲‘카오틱스 경영시스템’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국민을 패닉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신종플루에 대한 대처법도 이 시스템을 통해 점검할 수 있다. 과연 정부의 조기 경보에는 문제점이 없었는가.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가 제대로 짜여 졌는가. 그리고 그 대응책은 합당하고, 신속한가. 특히 정부 정책이 지방자치단체로 내려오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없었는가. 이런 맥락에서 국민은 신종플루에 관한한 정부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패닉상태가 그 예다.
▲10·28 재보선 결과 또한 코틀러 시스템의 조기경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 접전지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완승을 거둔 것은 미래 정치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변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여야는 이 변수에 대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대로 짜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지지가 달라질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현창국 e-news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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