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지역문화발전과 기업메세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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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은 ‘문화의 날’이다. 10월 한달만 해도 ‘국군의 날’을 비롯해 기념하는 ‘날’이 8개나 된다. 그러니 ‘문화의 날’이라 해서 특별히 세인의 관심을 끌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연례행사로 서울에서 문화단체들이 기념식이나 하고마는 있으나마나한 ‘날’로 만들어 버릴 일은 아니다. 이 풍진 일상 속에서 이날 하루만이라도 문화를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정신건강에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문화의 중앙 집중을 비판하는 한편 지역문화의 발전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문화의 중앙집중현상은 여전하다. 중앙정부가 지역문화 육성을 위해 그동안 해마다 예산지원을 증액해 왔지만 대부분 문화의 하드웨어라 할 문화회관 건립이나 문화산업에 투자된 까닭에 소프트웨어인 문화예술의 진흥에는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지역사회 문화예술계의 진단이다.

따져보면 중앙정부가 지역문화 육성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문화의 중앙집중현상이 고착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02년도의 경우 중앙정부의 문화예산은 1조2155억원으로 정부예산 대비 1.09%를 차지했다.

이 예산을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 문화재 등 4개 분야에 나누어 지원한다. 이 가운데서 문화예술분야 지원이 5014억원으로 가장 많아 전체 문화예산의 41.2%를 차지했다. 이 같은 지원액수만 보면 중앙정부가 문화예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그런만큼 당연히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도 비례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5014억원의 예산 가운데 40.4%인 2027억원이 국립문화예술기관 등의 운영에 지원된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의 문화예술에 지원할 예산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고 문화예술진흥기금에 크게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예술진흥원이 지역의 문화예술축제 등을 선별해 지원해 줌으로써 그나마 큰 도움이 되었지만 문예진흥기금의 주요 세입원이었던 모금제도가 올해 말로 폐지될 예정이고, 또한 지속적인 금리 하락으로 이자수입에 의존하던 사업비 조달방식도 재검토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옴 직하다. 실제로 지방자치가 실시된 뒤 지방자치단체들이 그 지역사회의 문화 발전에 일정한 기여를 해 왔다. 열악한 지방재정임에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문화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점은 높이 평가해 마땅하다.

2002년만 해도 국고보조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문화예산은 1조8561억원이었다. 이만한 예산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문화에 대한 각별한 배려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총액은 그러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도 지방경제의 규모에 따른 문화예산의 격차는 심하다. 지역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문화예술 지원예산은 더 이상 증액되기 힘든 현실이다.

그래서 하나의 대안으로 기업메세나운동을 생각하게 된다. ‘메세나’란 고대 로마제국의 재상으로 문화예술 보호에 크게 공헌한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된 ‘예술, 문화에 대한 두터운 보호와 지원’의 의미를 지닌 프랑스 말이다.

따라서 기업메세나운동은 기업이 문화예술의 후원자가 되는 운동이다. 한국에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회장 박성용)가 있고 120여 개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2002년의 경우 기업메세나 활동으로 총 297개 기업이 987건의 사업에 719억원을 지원했다. 기업당 지원금액은 약 7억5000만원이고 건당 지원액은 약 9000만원이었다.

그러나 현행의 기업메세나운동에도 문제는 있다. 메세나운동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상위 20개 기업이 전체 지원금액의 92%를 지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원대상도 서울 중심이면서 특히 대중음악이나 뮤지컬 등 대중성이 높은 장르에 대한 지원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 그러하다.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는 ‘1기업 1문화운동’을 전개해 왔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역사회의 기업이 지역메세나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면단위까지 기업메세나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가 부럽기만 하다.

우리의 경우 지역의 기업이 영세한 까닭에 그 같은 기대를 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교적 여유있는 중앙의 기업들이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1사 1문화’의 후원자가 되는 운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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