俳優의 ‘홍위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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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위병(紅衛兵)은 과거 중국에만 있었던 줄 알았더니 웬걸 우리나라에도 있는 모양이다.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홍위병을 자처하고 나섰으니 하는 얘기다. 그것도 보통 홍위병이 아닌, 아주 열렬한 홍위병인 듯하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 지지모임에서 그가 한 말만 보아도 보통 홍위병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그는 이 모임에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대통령을 만든 개혁세력이 왜 숨어 있어야 하나. 노사모-국민의힘-개혁당-개코(개혁코드), 다 나와라…우리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 돼야 한다. 나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다”라고.

그는 이런 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젖 먹던 힘까지 다하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해야 한다”, “12월까지 또박또박 악랄하게 전진해야 한다”고 말이다.

언론에도 몇 마디 했다고 전해진다. “현 상황에 대해 메이저 언론이 잘못된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한 다음, 몇몇 친정부적 언론에 대해서도“뒤에서 똥침 놓치 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이 상대방에게 홍위병 역할을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파문이 일어나는 것은 본 기억이 나지만 “나는 홍위병이다”라고 스스로 말한 것은 아마 명계남씨가 처음인 것 같다.

본디 홍위병이란 어떤 조직이었던가. 중국 공산당 마오쩌둥(毛澤東)이 1960년대 이른바 문화대혁명이란 이름 아래 대륙의 실권자들을 몰아내려고 일부 군인과 급진적인 대학생.고교생들로 구성했던 준군사적 조직이었다.

홍위병이란 이름도 원래는 문화혁명 훨씬 이전인 1920년대에 마오쩌뚱 자신이 조직했던 군부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러한 마오쩌둥의 홍위병도 문화혁명이 끝나자 탄압의 대상이 되었으니 무상(無常)함은 그들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었던 듯하다.

명계남씨가 만약 혼자서만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 되겠다고 했다면 영화배우로서 애교 있는 연기쯤으로 알고 도리어 즐겁게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혁세력들이 왜 숨느냐면서 누구도 나오고 또 누구 누구도 나와서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는 정말 그것을 조직하려는 뜻인지 주제(主題) 파악이 어렵다.

그리고 “똥침을 놓지 말라”니 그 똥침은 도대체 어떤 침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 “12월까지 악랄하게 전진”하려면 맞아서는 안되는 침인지 모르겠다.

영화배우 명계남씨는 왜 “홍위병이노라” 하고, “홍위병이 되자”고 했는지 알쏭달쏭 하다. 연기로서가 아니라면 차라리 지원군이 되자고 했어도 나았을 터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명계남씨의 ‘홍위병론’을 전해 듣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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