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형제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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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저옵서.”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틈이 생기더니 벽이 허물어져 ‘제주도에 오젠허난 속았수다’.
10월 23일 그날 우리는 만난다.

형제자매 모두 모여 손에 손잡고 촉촉이 스며나온 땀 섞으며 어디 한 번 신명나게 50여 년 맺힌 응어리진 설움을 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으로 풀어보자.

한반도의 최남단 제주에서 눈물로 얼싸안고, 따뜻한 가슴으로 어깨 들썩이며….
제주의 상큼한 가을 하늬바람으로 갯내음까지 평화축제의 장으로 실어 보내리라.

노르스름하게 익어가는 감귤 향기까지 함께, 멀기만 하던 북녘 형제자매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50만의 정으로 듬뿍듬뿍 보퉁이에 담아 보내야겠다.

한 달 전 태풍 ‘매미’라는 녀석이 휩쓸고 간 찢긴 자리가 이토록 아름다운 축제의 잔치로 바뀌다니…. 할퀸 상처는 평화의 축제로 아물고 있다.
50여 년 전 그때 그날은 그랬다.

잠깐이겠지, 아니 며칠만 있다 고향에 갈 수 있겠지. 기다린 세월은 어느새 50여 년 반세기를 훌쩍 줄넘기했다. 까까머리 소년의 그리움은 눈물로 메말라버렸다. 달밤이면 고향 달을 우리 형제들도 보고 있겠지, 꿈에 그리던 생각들로 처진 눈꼬리는 짓물렀다.

동지섣달 긴긴 밤에 그리움에 가슴 아파하던, 말로는 차마 못하던 생각들…, 베갯닛 흠뻑 적시던 보고픈 내 형제, 섬 제주에서 파도처럼 출렁이는 잔치에 참여하는 북녘에서 온 형제자매, 그들 속에 내 핏줄도 섞여 있을꺼야. 검던 귀밑머리는 하이얀 은빛으로 수를 놓았고, 검버섯 핀 얼굴에 그리움은 잔주름으로 피었다.

아들, 손자, 며느리를 보았으니 50여 년이 길긴 어지간히 긴 세월이었나보다. 명절 때면 아이들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언니, 오빠는 없느냐고 다그쳐 물어 올 때면 많이 있다고 했다.

색소폰을 잘 부는 큰 아버지도 있고, 평양 면옥을 하는 사촌도 있단다. 통일이 되면 아빠가 너희들 업고, 안고, 손잡고, 고운 옷 입고, 고향 가잔다. 언제인지 몰라도 그때까지만 기다리자고 달랬다.

그렇게 보낸 세월, 메말랐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린다.
잔칫날을 택일해 놓았으니 이젠 아이들한테 자랑할란다. 북에서 형제자매들이 오고 있다고, 아빠 고향이 어디우꽈 물으면 아빠 고향은 함경북도 학성군 학성면 장평리 동촌마을,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고장이라고….

아이들과 손잡고 민족평화축전의 장으로 가면서 힘주어 말을 하련다.
7000만 민족이 하나임을, 형제자매임을 전세계에 크게 자랑해야지, 동네방네 소문내야지.

평화축제의 장은 말 그대로 서로가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모두가 용서와 화해의 장을 이루는 곳, 아무런 조건없이 서로가 악수하고 보듬어 주는 장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통일을 염원하는 제주도민의 고운 마음으로 감싸고 싸매주자.

봄이 오는 길을 트는 곳도 제주요, 태풍을 받기도 하고 받아서 보내는 곳도 제주, 통일의 물결이 일렁이는 곳도 제주라고 말이다.
이번 잔치판은 서로 승부가 아니라, 한판 신명나게 길 트기 위한 잔치다.

한반도가 하나되어 제주에서 펼쳐질 민족평화축전에서는 한반도가 하나된 깃발이 이 가을 하늘 가득 펄럭일 것이다.
통일로 가는 길은 평화의 섬, 제주에서부터 북쪽으로 보내리라.

50만 도민 그리고 2만5000여 실향민의 성원도 함께 실어 보내 작은 제주가 우뚝 서길 빈다. 북녘에서 온 형제자매에게 백두와 한라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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