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서 적·황군 대전의 관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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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벌에서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7차전이 열리는 날, 공개강좌 도민과학대학 수료자(뉴턴조 조장; 지복희)와 한라산 적.황군 경연의 명승부를 관전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어리목 코스로 산행에 나선다.

붉은 색을 뽐내는 적(赤)군과 노란색으로 정장한 황(黃)군의 미의 경연은 화려함의 극치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심판을 잘 볼 것을 다짐하는 구상나무! 구상나무의 기품 있게 뻗은 수관(樹冠)의 위용을 접하니 심판에게 믿음이 간다. 주목과 마찬가지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구상나무는 수명이 다한 뒤에도 둥치와 앙상한 가지만으로도 인간세계를 향해 당당하게 사자후를 토한다. 어느 누가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겠는가!

벌써 관중으로서 조릿대들은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능가하는 적·황군 결투를 관람하고 있다. 바람이 바닷가로 이동함으로서 관중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늘은 조릿대의 본업인 천연염료 및 차 생산 공장이 휴업이다. 조릿대는 천연염색에도 한 몫을 하지만, 이의 차맛도 일품이다.

적군의 사령탑인 안토시안 색소, 황군의 감독인 카로티노이드 등은 한 해동안 다양한 색깔로 한라산을 수놓으면서 패션쇼 준비하느라 음동설한에 고생이 많았다. 어리목 출발지부터 윗새오름까지 적·황군의 패션쇼 경연은 막상막하이다.

하층부는 적·황이 숨을 고르며 서로 분위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허리 부분에 사뿐이 내려 앉은 노란색이 일품이다. 윗새오름 부근에서는 빨간 색의 자태가 더 많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올 해의 적·황군 미의 대전 명승부는 노란색 판정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싶다.

올 해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도 1,2,5차는 K군단의 승, 3,4,6차는 S군단의 승으로 박빙의 혈투이다. 7차전은 K군단이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승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극적인 드라마에 종지부를 찍은 K군단의 나지완은 통곡하듯 엉엉 울었다. 24세의 젊은이는 홈런과 울음 속에 아픈 흔적은 모두 날려버리고 내일을 다짐했다. K군단의 감독이 존경하는 스승인 S군단의 감독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절을 할 때 제자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모습은 백미였다. 제자의 승리이였기에 7차전 감회를 언급할 때 스승의 언어 표현은 정제되어 있었다.

한라산을 천연염색하느라 수고한 양 쪽의 감독인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안도 악수를 하면서 다음 해에는 더 멋진 색깔과 에스라인(S-line)의 매력을 단풍객에게 선보일 것을 맹세한다. 물론, 조릿대와 구상나무도 박수를 보내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천연색소 안토시안은 암세포 억제 및 항산화성 활성 등에 탁월한 성분이며, 체리, 붉은 양배추, 가지, 자주색 옥수수 등에 많다. 카로티노이드는 곡식으로 재배하는 식물의 뿌리, 잎, 새싹, 씨 혹은 과일, 꽃 등에 많다. 이 색소는 노란색 야채와 오렌지 뿐 아니라 녹색 야채에도 함유되어 있다. 녹색 야채에서는 노란색의 카로티노이드가 녹색 색소인 엽록소에 차폐되어 있다. 그러나, 카로티노이드는 이들 야채의 내면세계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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