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명과학대학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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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위한 농과(농업과학)대학에서 시대 변화에 따라 생명과학을 기초로 한 생물산업을 포괄하는 농업생명과학대학으로 바뀌었다.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의 급속한 전환과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이후 무역 자유화는 1차산업의 비중을 약화시켜 농업의 위상을 어렵게 하였다. 더욱이 농업은 마치 장래성이 없는 분야로 인식되어 농업생명과학대학에 입학마저 꺼리는 사태로 연결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제조업의 성장여건이 열악한 제주지역은 감귤과 채소를 중심으로 한 농업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으며, 감귤가격의 하락은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도 제주도에서 농업을 대체할 만한 산업의 육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위상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소비자 중심의 인식에서 팔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며, 그 주체는 농업인이다. 전통적인 농업방식이나, 생산과 소비가 직결되어 쉽게 소득을 올리던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생산성을 높여 가공원료로 공급하든지, 아니면 고품질 환경친화적 농업으로 토지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때이다.

제주지역에는 대학 출신 농업인이 어느 지역에 비해서도 많기에 새로운 기술 접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출신이 제주농업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학과정에 몇 가지 변화가 요구된다.

단순히 농업기술 습득을 통하여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직업인 양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기초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스스로 연구개발을 통하여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작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가 아니라 토양 보존 등 농업환경을 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며, 시비 관리와 병해충 종합 방제가 작물의 생장과 상품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야 한다.

기계 설비와 운용의 공학적인 원리를 알면 기계화 영농에서 현장 접근이 쉬워진다. 품질 표준화와 저장, 가공을 포함한 수확 후 관리기술은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지름길이 된다.

전자상거래를 위하여 컴퓨터 응용프로그램 활용이 필요하며, 농.축산물의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물류와 유통을 포함한 기술과 경영의 접목된 학문도 필요하다.

더욱이 제주도를 비롯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구하는 생물산업의 핵심 분야를 연구 교육하는 곳도 농업생명과학대학이다. 이제 농업생명과학대학과 그 주체인 교수들은 계속하여 거듭나려는 의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환경을 보존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농업이며, 농업인은 수많은 사람들에 큰 기여를 하는 봉사자가 된다. 기업체에 취업하여 받는 고용불안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으며, 더욱이 정년퇴직이라는 한계가 없는 평생직업이 농업이다. 출퇴근시간도 제약이 없으며, 일한 만큼 거두어들인다.

최근 감귤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하여 앞으로도 제주도에서 감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환경변화에 따른 구조조정의 한 과정일 뿐이다.
농업을 마지못해 선택한 직업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농민이 아니라 농업인으로서 스스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문제가 된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가 잘 아는 분야를 대수롭게 지나치면서,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선망과 기대를 많이 한다. 첨단기술분야에 발을 들여놓아 이내 심한 경쟁에 밀려 씁쓸히 물러나 미아(迷兒)가 되는 것보다, 나의 위치를 느긋이 지키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농업인에 대한 재인식도 필요하다.

국내산 농산물이 국제경쟁력에 밀려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 국가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분야가 농업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지 않는가. 첨단산업은 전통산업의 토대 위에서 비로소 안정된다.

이제 다시 새롭게 변모하는 농업생명과학대학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면 하는 기대와 더불어,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도록 제주도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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