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면신례(免新禮)’ 또는 ‘신래침학(新來侵虐)’이라 한다.
이 신래침학은 서당이나 향교의 선배 학동들이 후배 학동들을 기합주는 것에서부터 구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군대나 관청에서도 신참자에 대한 학대는 마찬가지였는데 희한하게도 학대를 가한 후 술을 강요하는 것도 비슷했다.
▲조선시대의 면신례.신래침학 중에 유별난 것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미친 여자의 오줌을 얼굴에 발라주는 것이 있었다.
미친 여자의 오줌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오줌을 바른 얼굴은 고참들이 씻으라고 할 때까지 씻지를 못했다.
두 번째는 성기를 노출시켜 먹칠하게 하고 씻지 말고 며칠 동안 두도록 하는 것이 있었다. 세 번째 가장 모욕적인 것이 아버지나 돌아가신 집안의 어른 이름, 또는 본인의 이름을 쓴 종이를 불에 태워 그 재를 물에 타서 먹이는 일이었다.
율곡 선생도 젊은 날 신래침학을 당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쓴 종이를 태워 타준 물을 먹기를 거부하고 사직했다.
▲지금 생각 같으면, 재를 물에 타서 먹이는 일이 가장 가벼운 학대 같지만 명예를 최우선으로 하는 선비사회에서 이름을 훼손한다는 것은 죽음에 버금가는 모독이요, 고통이었다.
향촌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처벌 중 하나가 ‘팽명(烹名)’이란 것이 있었다.
이름을 삶아 죽인다는 말인데 이 형벌은 죄인의 이름을 쓴 나무 토막을 가마솥에 넣어 끓이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삶아져 죽은 사람은 이름이 없게 된다.
그때부터 동네사람들은 그를 보아도 못 본 척하고 마을의 모든 일에 참여할 수도 없다.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은 스스로 제출한 사퇴서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이 자리는 권력이 아니고 의미이고 사명감이었습니다….”
이 실장은 깨끗이 물러난다면서 강원도 어느 산으로 들어갔다는데, 세상 인심은 그에게 좋은 인상만 받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는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세상이 허무하다….”
혹시, 우리 사회가 386에 대해 면신례.신래침학을 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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