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學-수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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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歐美)나 일본만 해도 신문학(新聞學)의 역사는 매우 길다. 하지만 한국 신문학의 역사는 아주 짧다. 우리가 일본에서 신문학을 처음 도입한 것이 8.15 이후였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신문학을 처음 도입한 학자는 일본 상지대학 신문학과 출신의 곽복산씨다. 그는 광복 직후 신문학의 불모지 한국에 ‘조선신문학원’을 설립했다. 후에 ‘서울신문학원’으로 바뀐 이 학원은 대학에조차 신문학과가 없던 시절이라 신문학자와 언론인 육성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곽복산씨에 자극 받은 서울신문학원 출신의 제자들이 부산과 인천에 역시 신문학원을 설립, 후진 양성에 힘썼던 것도 기억해 둘 만한 사실(史實)이다. 강대원씨가 세웠던 부산신문학원, 박민규씨가 설립했던 인천의 신문학관 즉, 후일의 중앙신문연구소 등이 그것이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곽복산씨의 조선신문학원이 중앙대학 등에 신문학과를 설치케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함으로써 신문학사적 의미가 크다는 점이다.
곽복산씨는, 신문학 도입 당시 “어떻게 그게 학문이 될 수 있느냐”는 다른 분야 학자들의 냉소에 상당한 학문적 고독을 참았었다는 것이 후일담이다.

10여년 전부터 한 학자에 의해 ‘수필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싹트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수필을 문학으로서 이해하고 창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립된 학문으로서 이론을 정립하고 체계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이 학자의 생각인 듯하다. 그가 바로 전 중앙대 교수요, 수필가며 현대수필 발행인인 윤재천씨다.

윤씨의 ‘수필학’은 외국 기존 학문의 첫 도입이 아니라 창시(創始)라는 점에서 더욱 지켜볼 만하다. 그가 수필을 학문의 한 분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2년 전부터라고 한다. 사재를 털어 연구자들의 논문집인 ‘수필학’을 올해까지 11집째 발행한다니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유재천씨가 엊그제 제주대 평생교육원의 수필문학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그 내용은 ‘수필학’이 아니라 거의가 ‘수필문학’에 관한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참석자들이 모두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수필문학가와 그 지망생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윤씨는 주제발표 끝무렵에 잠깐 ‘수필문학’과 ‘수필학’의 관련성을 말하다가 딱 한마디를 던졌다. 내가 ‘수필학’의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세상을 뜨면서도 ‘수필학파’라고 말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학자의 사명과 고독은 신문학 첫 도입 때의 곽복산씨나 ‘수필학’을 창시해 가는 윤재천씨 모두 다를 바 없는 듯하다. 혹시 훗날 ‘수필학’이 정립되고 각 대학에 수필학과가 설치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은 데모학이 등장하고 데모학 박사가 탄생하는 등 학문의 다양화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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