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삼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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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삼척은 어떤 느낌일까.
언뜻 탄광과 시멘트를 생각나게 하는 생소한 지역일까. 아니면 강릉과 속초보다는 덜 가봤을, 태백산 두메산골에 바닷가를 낀 작은 도시 정도로만 생각될까.
필자는 지난주 현지를 돌아보면서 이 같은 물음이나 생각이 너무 편협한 것임을 알게 됐다.
한마디로 이 작은 도시가 경쟁력 있는 관광도시로 급성장하고 있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었다. 관광 인프라와 이벤트를 알차게 구축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실리에 솔직히 부러움마저 느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10일 개막돼 내달 10일까지 32일간 열리는 ‘삼척세계동굴엑스포’. 세계 최초의 행사란다.
당초 동굴엑스포 조직위가 계획한 관람객 유치 목표는 68만명. 그러나 조직위는 행사 초기에 이를 100만명으로 늘렸다. 엑스포의 성공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지난 28일엔 관람객이 50만명을 돌파했다. 1일 평균 2만6000명 이상 입장한 셈이다. 다른 엑스포와는 달리 평일엔 밤 9시까지, 토.일요 등엔 밤 10시까지 계속되는 야간 개장이 관람객 유치에 일조하고 있다는 현지 분석이다.
이를 보노라니 2001년 제주세계섬문화축제(이하 섬축제)가 떠올랐다.
섬축제는 90억원이라는 엄청난 국비.도비 예산을 투입하고도 1일 평균 입장객이 9083명에 그치는 등 ‘또다시 실패한 이벤트’로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당시 관람객은 공무원 특별 휴가 동원이나 도민 무료 입장 등을 모두 포함하고도 목표치 60만명의 43.9%에 머물렀는가 하면, 그 수치조차도 상당수가 허수로 드러나지 않았던가.
그 때와 비교한다면 동굴엑스포의 인기몰이는 가히 폭발적이다.
과연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오지 마을로 인식됐든, 안됐든 간에 삼척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적 동굴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킨 기획이 돋보인다.
엑스포의 성공을 위한 민.관 공동 추진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토대로 ‘가장 깊은 비밀-동굴’, ‘물과 시간이 빚어낸 신비의 세계-동굴’은 관람객이 함께 하는 환상적인 체험의 공간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실제 동굴신비관.동굴탐험관.새천년동굴관.세계동굴 등 각종 전시.행사관 동선(動線) 배치는 주변 천혜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진다. 죽서루와 오십천을 낀 곳곳으로 분산 배치돼 관람하는데 지루함이 없다. 그런 뒤 동양 최대의 석회암 동굴인 환선굴에 직접 들어가 보도록 하는 코스 배치는 동굴의 신비감을 한층 돋운다.
특히 환선굴은 동굴 관람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30분 이상 동굴 입구까지 걸어서 오르면 온 몸에 땀이 비오 듯 한다. 동굴 내 이동 통로엔 안전 데크시설까지 갖춰져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관람할 수 있다. 동굴체험 학습의 장으로 인기만점이다.
게다가 삼척시립박물관을 행사장내에 포함시킨 점도 기발한 발상이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박물관을 찾아올 방문객 규모가 이번 행사 기간내 다녀갈 것 같다 한다. 관계자의 말대로 관람객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삼척을 알리는 역사교육의 장으로서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참에 우리를 돌아보자. 우리는 언제부턴가 제주국제자유도시라고 말로만 번지르르하게 목청 높이지는 않는가.
그러는 사이, 인구 8만의 작은 도시 삼척은 이렇게 우리보다 한참 앞서 나가고 있음을 본다. 내실있게 말이다.
마침 오는 3일은 이번 엑스포에 참여한 북제주군의 날이다. 이날 구좌읍 민속보존회는 ‘지인망 멜후림’을 공연한다. 이를 후원도 할 겸, 피서도 할 겸 ‘제주에서 삼척까지’ 발걸음을 옮겨보자.
비록 여행길이 고생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가서 본 만큼 얻고 오는 게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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