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월드컵경기장
찢긴 월드컵경기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지난해 12월 9일 서귀포시에 탄생한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 제주인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경기장으로 끌어들여 설계된 제주월드컵경기장의 아름다움에 세계인들은 감탄했다.
마치 돛단배가 대양을 향해 항진하는 역동적 형상과 제주의 전통 떼배인 ‘테우’를 연상케 한 제주월드컵경기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 때문에 제주도민들은 이런 축구 전용구장을 보유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벅찬 감동 속에 우리도 이제는 당당히 세계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긍심까지 가졌다.
그런가하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에도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세계인들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돼 앞으로 세계인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사실 모든 제주인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제주의 상징으로 세계인들의 가슴과 뇌리에 각인될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즐거움도 잠시뿐.
지은 지 7개월여도 안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던 월드컵경기장의 지붕막이 태풍 ‘펑셴’에 의해 날아가자 제주인들의 마음마저 찢겨 나갔기 때문이다.
강한 태풍에도 끄덕 없다던 제주월드컵 경기장이 그다지 세지 않은 보통 태풍인 ‘펑셴’의 바람을 버티지 못해 테우 모형의 지붕막 19면 중 3면이 힘없이 날아가 버렸고 또 다른 3면은 일부 파손됐다.
비록 피해액은 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제주도민이 입은 상처는 90억원, 아니 900억원으로도 보상받지 못할 크나큰 아픔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게 지어졌다던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세계에서 가장 허술하게 지어졌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제 어느 누가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까.
며칠 전만 해도 제주도민들은 타시도 사람들을 만나건 외국인을 만나건 자랑스럽게 제주월드컵경기장을 꼭 보고 가야 한다고 북한사람들 ‘김정일’ 말하듯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제주의 특성을 고려해 풍동 모형실험까지 거쳐 완성된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초속 30m도 안되는 바람에 어이 없이 지붕막이 날아간 데 있다.
설계 당시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초속 50.7m의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이보다 크게 못 미치는 초속 28.7m의 바람에 지붕막이 날아갔다니 부실시공 또는 불량 재질 등을 사용한 것이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의 피해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서귀포시는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3기관에 의뢰해 정확한 진단과 보완공사를 벌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입은 상처는 그렇게 쉽게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공사로 온 도민의 역량을 모아 성공적으로 치른 월드컵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더 나아가 한국의 건축 기술의 한계를 세계인들에게 드러내고 말았다.
과연 서귀포시는 시공과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멋보다 견고성에 좀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재발 방지 차원을 떠나 제주인들을 실망시킨 장본인에 대해서는 철저한 책임이 따라야 하고 책임질 사람은 떳떳하게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제주도민의 아픈 상처는 과연 누가 씻어줄지 한심하기만 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