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과 원칙 그리고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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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활동하기 때문에 시민은 평온을 누린다.”
이 말은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의 말로 지금까지 검찰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나침반으로 종종 각인되고 있다. 이 말은 또 검찰조직 내에서 검찰의 자부심을 상징하기도 한다.
최근 이 말이 재차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이명재 검찰총장의 취임식 때부터다.
당시 이 총장은 몽테스키외의 이 말을 인용한 뒤 그러나 “기대와 꿈은 무너졌다”고 일갈했다.
또한 이 총장은 당시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은 쬐지 않는다”고 강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뼈를 깎는 자기개혁과 자성을 다짐했던 검찰이 최근 들어 시련을 맞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이유야 어떻든 현직 검사장이 비리사건에 연루돼 사임됐다.
이와 함께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국회의원 선거법 위반사건이 법원의 재정신청 수용에 따라 정식재판을 통해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중앙에선 전직 검찰총장이 퇴임 후 6개월 만에 수사기밀을 누출한 혐의로 후배 검사들에게 소환돼 조사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현직 고검장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사회악을 타파, 사회정의를 도모해야 할 사정(司正)의 중추기관인 검찰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시민들은 실망과 함께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지난 1개월 시민들은 월드컵을 통해 한국 대표팀이 세계 4강에 오르는 꿈과 감동과 더불어 거스 히딩크라는 한 외국인 감독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 사회는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처했던 뼈아픈 경험을 맛보았다.
그런데 당시 외환위기는 우리에게 ‘기본과 원칙을 지키라’는 교훈을 가르쳐주며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너도 나도 장롱 속에 모아두었던 달러와 금을 내놓고 모두가 힘을 결집해 한동안 우리 사회는 ‘원칙대로’ 잘 가는 듯했다.
외환 보유액도 늘어났고 수출도 증가했다. IMF측으로부터 요즘 말로 ‘범생이(모범생)’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를 졸업한 요즘 우리 사회는 또다시 원칙과 기본이 뒷전에 밀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히딩크 감독을 존경하고 칭찬하고, 또 그의 행동철학을 앞다퉈 말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이를 행동화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우리는 원칙보다 편법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하기에 정도를 벗어나는 것이다. 바둑의 ‘묘수풀이’는 그 기발한 해법 때문에 흥미를 많이 끈다. 반면 ‘정석’은 더디고 우직해 재미 없게 느껴진다.
꼭 바둑이 아니더라도 기본을 배제한 편법은 잠깐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발전은 불가능하다.
검찰이 현재 맞고 있는 어려움의 단초 역시 이처럼 기본과 원칙을 멀리한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때다.
제주사회는 이제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역사적 전환기에는 항상 또다른 부패와 부정을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런 전환기 부정부패 척결과 함께 사회정의를 위한 올곧은 검찰권의 행사 또한 여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법치사회가 지속되는 한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듯 미래에도 사회정의를 위한 부정부패 척결의 중심은 검찰의 몫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검찰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노력과 함께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검찰권 행사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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