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로 대판 싸우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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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로 대판 싸우고 난 후
6.25전쟁 중 제주에 피란왔던 청진 출신의 교사 K씨가 있었다. 훗날 고려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이 K씨는 일제시대에 사범학교를 졸업한 수재였는데 제주에서 겪은 일을 소개했다.
남제주군 어느 마을에서 하도 배가 고파서 동네 노인에게 밥을 좀 달라고 했더니 아무 말 없이 보리밥 한 덩어리를 주더라는 것이다. 서너 끼를 굶은 뒤여서 한입에 후딱 먹고는 다시 조금 더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알 수 없는 말로 뭐라고 욕을 하는 것 같았는데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한국땅에 우리와 다른 이런 사람들도 다 있나 싶고 답답하기도 해서 돌아서 나오면서 무심코 “고노야로(개새끼)”하고 일본말을 중얼거렸다.
그 순간 이 제주 노인이 이 말을 알아듣고 벌떡 일어나 뒤쫓아오면서 똑같은 말로 “고노야로!”하더니 “도로보!…(도둑놈…)”하고 욕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결국 일본말로 서로 대판 싸우고 난 후에야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의사소통을 잘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말도 이런 정도인데 제스처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일제가 물러가고 미군이 들어왔을 때 일이다. 미군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부를 때 개를 부르듯 손등을 아래로 하고 손을 까부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을 부를 때 손바닥을 아래로 하여 부르고 강아지를 부를 때나 손등을 아래로 한다. 이 때문에 심한 모멸을 느낀 한국 사람과 미군들이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엄지와 인지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는 뜻은 ‘돈’을 의미했다.
그러나 프랑스계, 이탈리아계, 그리스계 미국인들에게 이 제스처는 ‘섹스’를 뜻한다.
이 때문에 미국 여성에게 이런 동그라미를 그려 보았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큰 곤혹을 치르게 돼 있다.
사인도 마찬가지다.
두 손가락을 펴서 V자를 만드는 제스처인데, 이것도 조심해야 한다.
승리의 V 사인은 손바닥을 밖으로 해서 짓는 것이고 손등을 밖으로 해서 짓는 것은 섹스를 상징하는 욕지거리 사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려면 말과 동작이 나라에 따라 서로 달라서 또 엉뚱한 오해를 사기도 해서 참 어렵기 짝이 없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 제주와 경제특구에 영어를 공용화한다는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또 나오고는 한다.
영어를 공용(公用)화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니, 병용(竝用)화하는 것도 아니라 하더니, 이번에는 상용(常用)화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상용(商用)화한다고 하는데….
무슨 말장난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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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2022-12-17 11:39:29
흔들어라이, 흔들어라이 쟤. 저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놈